산업부 "검토 착수"… 내년 상반기 개편안 발표한전 3분기 연속 적자… 美 보고서에 "탈원전 부담"
  • ▲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착수했다. 사진은 고리 원전 ⓒ 한수원
    ▲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착수했다. 사진은 고리 원전 ⓒ 한수원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착수했다. 

    문재인정부가 마무리되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안한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사실상 요금 현실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탈원전 기조 속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게 힘들어진 탓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서울 팔래스 호텔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참석자는 학계, 국책연구기관, 소비자 시민단체, 산업부, 한전 등으로 구성됐다. 


    ◇ 누진제 폐지 만지작… 내년 상반기 개편안 발표

    먼저 TF는 여름철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한 뒤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누진제는 전력사용량에 따라 1구간인 0~200kWh(킬로와트시) 이하는 1kWh당 93.3원을 부과한다. 2구간(201∼400kWh)은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은 280.6원을 각각 적용한다.

    현재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누진제 구간을 2개로 축소하거나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이다. 다만 정부가 이미 2016년 누진제 6개 구간을 3개로 축소한 뒤에도 누진제 논란이 뒤따랐던 만큼 폐지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만일 누진제를 폐기할 경우, 1구간에 해당하는 가정의 전기요금이 상승할 수 있다. 

    한전은 가구 소득과 구성원 수, 전기 사용량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전국의 1만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전기사용량을 조사했다. 

    산업부 내에서는 누진제를 대체할 만한 요금제로 계절과 시간별로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산업용 및 일반용 전력에는 위 요금제가 도입된 상태다. 

    다만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가구당 전력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스마트계량기 보급이 필수적이어서 전국에 있는 모든 가정에 이를 보급하는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TF 정부위원인 이용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현행 누진제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한전 3분기 연속 적자… 美 보고서에 "탈원전 부담"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은 사실상 요금인상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여당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로벌 요금 수준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면서 "당장은 못올려도 인상 필요성을 국민에 솔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은 이미 예고돼 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가 값싼 원자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이동하면서 재무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17년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서 "탈원전 및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적었다. 

    또 보고서에는 "다양한 환경 규제 및 정부 시책의 영향으로 상당한 정책이행 비용과 운영상 책임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비용 부담에 상응하는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전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부담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등 정부 정책비용은 1조7380억원으로 지난해 총액인 1조5443억원을 일찍이 넘어섰다. 전체 전력구입비 가운데 정책비중이 4.4%나 차지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전은 탈원전 부담을 나홀로 짊어지며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한전을 두부공장에 빗대어 "두부(상품) 보다 콩(원료)이 더 비싸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전기요금 상승이 공공요금 인상안과 맞물려 물가 상승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필요에 공감한다"면서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