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고객정보 유용, 추가 자본투입 부담인수가 조정·분리매각 등 방안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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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 카드와 손해보험사 등 금융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매각 시한까지 약 10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셈이다.

    롯데카드, 롯데손보 인수자론 우리, 농협, 하나, BNK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가 꼽힌다. 저마다 인수할 이유가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선 롯데카드, 롯데손보 매각 가격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수자들은 앞으로 업황과 추가 투입될 자금을 고려하면 매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몸집 불리기’보다 유통 고객 확보할 기회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가 롯데 금융계열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객 확보 때문이다.

    롯데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7.5%로 업계 5위 정도다. 하지만 카드사 고객 대부분이 롯데계열 유동사를 이용 중으로 타 카드사보다 활동 고객이 활발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일정 기간동안 롯데그룹과 연계된 마케팅을 전개, 활동 고객 수를 늘릴 수 있다.

    우리카드도 롯데카드가 갖고 있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약 8%에 달한다.

    은행의 협력도 있었지만 자체 성장만으로 몸집을 키운 셈이다. 하지만 앞으론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이익 성장이 어렵단 진단도 나온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고객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며 “유통과 금융을 연계한 마케팅도 전개할 수 있는 만큼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입장에선 카드사를 분사할 기회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출범 초부터 카드 분사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카드 업계의 출혈경쟁을 막고자 신규 사업자 등록을 막고 있다.

    실제 2013년 우리카드 이후 새로운 사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농협 입장에선 카드사를 분리하기 위해선 전업계 카드사를 인수할 길만 남았다. 과거 삼성카드를 인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막판 가격 차이로 판을 접은 바 있다.

    ◆유력 금융지주 “문제는 가격, 급할 건 없다”

    일단 유력 인수 대상자로 꼽힌는 금융지주들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상 일반 금융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다.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이 일반 지주회사로 전환한 만큼 급한 건 롯데란 이야기다.

    내년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처리하지 못하면 롯데는 주식처분명령,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인수자들은 최대한 시간을 끌어 가격을 내리겠단 속셈이다.

    실제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은 최대 30% 가까이 수익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권 역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으로 인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ING생명을 인수한 신한금융도 가격 협상에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당초 ING생명의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3조원이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인수가격은 2조2990억원으로 예상치보다 할인된 측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손보의 경우 인수한다고 해도 시장 판도를 바꿀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1조원 이상을 들여 사들이긴 부담스럽다”라며 “또 각 금융지주마다 필요로 한 금융사가 다른 만큼 패키지보다 분리 매입을 원하고 있어 가격 협상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