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외수주 '267억달러' 전망… "3년 연속 300억달러 밑돌아"단기 수익 쫓다 보니, '도급' 위주… PPP 등 사업형태 전환해야"경쟁국 정부차원 수천억 지원 불구 韓 '600억 제한' 등 '확대' 정책 절실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전략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외형 확장에서 수익성에 기반을 둔 선별적 수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중국, 인도 등 후발업체들의 부상으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양질의 프로젝트 확보가 쉽지 않아 과거 '600억달러' 재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단순도급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민관협력 투자개발형(PPP)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67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6억달러보다 4.17% 증가했지만 3년 연속 300억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외수주액이 3년 연속 30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04~2006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014년 6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 461억달러로 추락했다. 3년째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2014년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한 국제유가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유가 상승이 해외수주 회복에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등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밑으로는 중국 등 후발업체가 가격을 앞세우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유가 회복이 단기간 발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며 "시공능력은 경쟁력이 있지만 기자재 구매 부문에서 터키, 인도 등의 후발업체보다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육상해상 新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정책은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3년 424억달러에 달했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 매출액은 저유가 장기화 여파로 2016년 339억달러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791억달러에서 987억달러로 성장했다.

    여기에 국내 건설사들도 과거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반면교사 삼아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선별적 수주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도 리스크가 잔재한 중동보다 동남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올 들어 중동 지역 수주액은 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이 기간 20.1% 증가한 146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주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동에서 나오는 일감보다 대체로 수익 규모가 작아 과거와 같은 성장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고점을 찍었던 2014년 당시 건당 수주액은 6371만달러에 달했지만 지난해 2874만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도 2613만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계약건수는 1000여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나오는 대규모 발주에 대해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되더라도 선별적 수주전략에 따라 섣불리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은 "해외수주 감소는 시장의 문제라기 보다 건설사의 수주전략 문제로 파악된다"며 "보수적인 전략이 지속되면 해외수주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싱가포르 T301 프로젝트 현장 전경. ⓒGS건설
    ▲ 싱가포르 T301 프로젝트 현장 전경. ⓒGS건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도 나온다. 올 초 대우건설은 스페인 EPC업체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TR)와 조인트벤처(JV)를 맺고 오만 두쿰 정유시설 EPC 1번 패키지를 수주했다. 선진업체와 함께하는 만큼 이미 사업 여건과 리스크 검증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연구소 측은 "유가 상승 등으로 중동 발주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인도, 터키 등 후발업체의 부상으로 수주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기술·가격 등 해외건설 산업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해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 수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건설사들의 실적을 지탱했던 국내 주택경기 전망도 어두운 만큼 외형 유지를 위해서라도 해외수주 회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건설수주는 △2015년 158조원 △2016년 165조원 △2017년 160조원 등 3년간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한 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SOC예산도 2015년 26조원에서 올해 19조원로 매년 줄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정책과 대출규제 등으로 고공행진하던 서울 집값이 주춤하기 시작하는 등 위축되고 있다.

    해외 침체 속에 국내 건설경기도 휘청거리면서 올 들어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축소도 발생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3분기 매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28.1% 감소하는 등 이 기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평균 매출은 6.07% 줄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주택 등 국내 건설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시장이 많이 변하면서 과거처럼 가격을 앞세울 수도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도급사업에 의존하는 수주에서 벗어나 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용광 해건협 실장은 "기업들이 단기적 수익만 쫓다 보니 도급사업 위주로만 수주하고 있다"며 "PPP 등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하는 사업형태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PPP는 시작부터 시공자의 자금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최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출범했지만 PPP에 지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00억원에 불과하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PPP는 파이낸싱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KIND가 해외건설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국가가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PPP 추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엔(円) 차관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도 다양한 형태의 차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발사업차관을 제외하면 실적이 미미하다"며 "향후 개발도상국 인프라 개발의 주된 형태가 PPP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EDCF의 민자사업차관 지원 확대 등 PPP 추진 단계별로 지원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차관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