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9% 또 올라… 실업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
  • ▲ 채용게시대 앞 머문 발길.ⓒ연합뉴스
    ▲ 채용게시대 앞 머문 발길.ⓒ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연평균 취업자 증가 폭을 15만명 수준으로 전망했다. 올해 정부는 18만명 증가를 목표로 잡았으나 성적표는 10만명 수준에 그쳤다.

    애초 올해 목표치보다는 낮춰 잡았지만, 일각에선 일자리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17일 내놓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취업자 증가 폭을 연평균 15만명쯤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 고용 목표를 연평균 취업자 18만명 증가로 잡았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고용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치면서 올해 취업자 증가는 10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투자 부진 등 경제활력 저하 △산업 구조개혁 지연 △최저임금 등 일부 정책의 빠른 추진 △고령화 진전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내년도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도 고용과 분배에 있어 긍정·부정적 요인이 혼재한다고 봤다.

    정부는 투자·일자리 확대에 따른 노력 등으로 올해보다 고용상황이 개선될 거라고 예상했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 19조2000억원에서 내년 2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제약요인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설명으로는 올 3분기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했다. 2분기는 7.4%, 1분기는 4.7% 각각 줄었다.

    또한 정부는 자동화·온라인화 등에 따른 임시·일용직 고용 부진과 고령화가 분배 개선에도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 최저임금위 표결.ⓒ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표결.ⓒ연합뉴스
    정부는 내년 고용 하방 위험에 대응하고자 일자리 예산 조기집행률을 올해 63.5%에서 내년 65.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16만5000명을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고용 증가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해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의 경우 내년 10.9%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이달 중으로 자영업자 추가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내년 2조8200억원을 투입해 238만명을 지원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지원금을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장수당 비과세 대상을 근로자 소득기준 월 19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확대해 안정자금 수혜 범위도 넓힌다.

    아울러 정부는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 최저임금은 바뀐 방식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중 정부안을 마련한 뒤 국회 논의를 통해 2월 중 법 개정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주 52시간제 보완에도 나선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생각이다. 올 연말까지인 탄력근로제 계도기간은 실태조사를 통해 단위기간 확대 입법 전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 ▲ 자동차부품 공장 근로자.ⓒ연합뉴스
    ▲ 자동차부품 공장 근로자.ⓒ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대응에도 내년 고용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적잖게 제기된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달 취업자는 2718만4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만5000명 늘었다.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데 힘입어 5개월 만에 증가 폭 10만명대를 회복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6월 10만6000명을 기록한 후 7월 5000명, 8월 3000명, 9월 4만5000명, 10월 6만4000명으로 4개월 연속 10만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추세에 비춰보면 증가 폭 자체가 평년 수준에 못 미친다. 보건·복지, 공공행정 등 공적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적잖아 고용상황이 구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는 11월 9만1000명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10월(4만5000명)보다 2배 커졌다.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도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비교기준인 15~64세의 경우 지난해 66.6%, 올해 66.7%, 내년 66.8%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달 현재 3.2%로,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있던 2009년 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0.7%로, 지난해보다 0.6%포인트(P) 상승했다.

    일각에선 11월 고용 실적 개선이 고용절벽을 타개하려고 정부가 연말까지 추진하는 단기 공공일자리(5만9000개) 확대의 일시적 효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단기 아르바이트가 통계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 ▲ 폐업.ⓒ연합뉴스
    ▲ 폐업.ⓒ연합뉴스
    민간경제연구원의 내년 전망도 정부와 차이를 보인다.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취업자 증가 폭을 올해 9만5000명, 내년 12만5000명으로 각각 전망했다. 정부의 올해 10만명, 내년 15만명과 비교해 모두 낮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내년 3.8%로 증가를 예상했다. 연구원은 성장세 둔화와 고용 유발효과가 큰 건설 경기 둔화가 고용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꼽았다.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식선에서 보면 일자리 전망은 공공보다는 시장을 잘 아는 민간에서 보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정부의 일자리 증가 전망에 거품이 껴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교수는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본격적으로 폈던 해로 민간에선 큰 충격을 받았고 불확실성도 컸다"면서 "내년엔 이런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용상태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안 교수는 "일자리 창출은 공공부문이 아니라 민간영역에서 해야 한다"면서 "진보 학자 사이에서도 정부가 시장을 이겨 먹으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정부가 실책에 대한 포석으로 고용 목표를 너무 낮춰 잡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내년 1월 최저임금이 추가로 오르면 일자리 감소에 더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년에도 일자리 창출이 안 되면 공격 받을 것 같으니 목표치를 내려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고용 부진에 대해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이는 우리나라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고등학생인 15~19세가 인구가 준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3분의 1쯤이 경제활동을 계속한다. 여성도 0.3%쯤 경제활동 참여가 는다"면서 "실제 고용률을 유지하려면 일자리 증가 폭이 30만명은 돼야 하는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