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이재혁·소진세, ‘40년 롯데맨’ 용퇴…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교체”신동빈 회장, 이번 인사서도 비재무적 성과 반영
  • 김교현 롯데 화학BU장 사장(왼쪽부터)과 이영호 식품BU장 사장. ⓒ롯데
    ▲ 김교현 롯데 화학BU장 사장(왼쪽부터)과 이영호 식품BU장 사장. ⓒ롯데
    롯데그룹이 2019년 임원인사를 통해 새판짜기에 나섰다. 핵심 BU(사업부문)과 계열사 수장을 대거 ‘물갈이’ 했다.

    19일 롯데그룹은 지주를 비롯해 제과, 칠성음료, 케미칼, 호텔, 카드 등 식품·화학·서비스·금융부문 30개 계열사의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들 계열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인사안을 확정했다. 롯데쇼핑 등 유통 기타 부문 20개사는 오는 20~21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이번 롯데 임원인사의 특징은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교체와 질적성장 중심의 성과주의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40년 이상 롯데그룹에 공헌해왔던 허수영 화학BU장(부회장)과 이재혁 식품BU장(부회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사장) 등은 ‘용퇴’를 결정했다.

    허 부회장은 지난 1976년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 롯데케미칼 대표 등을 역임했다. 케미칼 대표 재임 시에는 삼성의 유화사 인수와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재혁 부회장은 1978년 롯데에 입사해 롯데리아 대표와 정책본부 운영실장, 칠성음료 대표 등을 맡았다. 소진세 사장은 1977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롯데쇼핑의 창립멤버로 유통부문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왔다.

    허수영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화학BU장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이다. 그는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롯데케미칼의 신사업을 이끌어왔다. 또 LC타이탄 대표를 역임하며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교현 사장이 화학BU장을 맡으며 공석이 된 롯데케미칼 대표직은 임병연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정이 맡는다. 그는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신규사업과 기획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후 정책본부 국제실과 미래전략센터장, 정책본부 비전전략실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지주 가치경영실장을 맡아왔다.

    식품BU장은 이영호 롯데푸드 사장이 맡는다.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그는 생산과 영업, 마케팅 등 식음료 분야의 대부분을 섭렵했다. 2012년부터는 롯데푸드 대표를 맡아왔다.

    롯데푸드의 신임 대표는 조경수 홈푸드 사업본부장이 담당한다. 조 신임 대표는 1986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2009년 롯데푸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과 파스퇴르 사업 등을 맡아왔다.

    실무를 총괄하는 롯데지주의 실장급 인선에도 변화가 있다. 가치경영실은 경영전략실로 명칭이 변경되고, 윤종민 HR혁신실 사장이 경영전략실장을 맡는다.

    경영개선실장은 박현철 롯데물산 부사장이, HR혁신실장에는 정부옥 롯데케미칼 폴리머사업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 관계자는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시장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그룹 전체적으로 변화를 꾀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 사장(왼쪽부터)과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 사장. ⓒ롯데
    ▲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 사장(왼쪽부터)과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 사장. ⓒ롯데

    세대교체라는 그룹 전체의 인사 흐름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대표들도 교체됐다.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로는 롯데아사히 대표를 맡았던 김태환 해외부문장이 선임됐다.

    롯데렌탈의 신임 대표는 이훈기 오토렌탈 본부장이 맡는다. 이훈기 신임 대표는 기획과 신규사업 분야의 전문가로 롯데케미칼과 LC타이탄 대표를 지냈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이갑 대홍기획 대표가 내정됐다. 그는 상품·마케팅·기획 분야의 전문가로 롯데백화점과 정책본부를 거쳐 2016년부터 대홍기획을 이끌어왔다.

    이갑 대표의 빈자리는 홍성현 어카운트솔루션 본부장이 담당한다. 홍 신임 대표는 대홍기획 AE 출신으로 최근 8년간 어카운트솔루션본부장을 맡아왔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롯데케피탈 신임 대표는 고정욱 영업2본부장이 선임됐다. 고 신임 대표는 롯데캐피탈 경영전략본부장과 RM본부장, 영업2본부장을 두루 거친 캐피탈 업계의 전문가다.

    또한 성과주의에 따라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온 계열사 대표들에게 ‘승진잔치’가 열렸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실적향상 등을 높게 평가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자형 롯데첨단소재 대표와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여성임원은 4명이 선임돼, 그룹 전체의 여성임원은 34명이 됐다. 윤정희 롯데첨단소재 마케팅지원팀장과 배현미 호텔롯데 브랜드표준화팀장, 조기영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담당, 배선진 정보통신 PMO담당 수석 등이 신임 임원으로 승진했다.

    롯데제과의 인도법인인 ‘롯데인디아’의 밀란 와히 법인장은 수익성 개선을 인정 받아 임원으로 선임됐다. 그를 포함해 롯데그룹의 외국인 임원은 총 8명이 됐다.

    롯데는 “올해에도 지속성장평가지표를 임원인사에 반영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3대 비재무적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여러 항목을 통해 임원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라는 큰 틀에 맞춰 인사를 실시했다”며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질적·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