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설립으로 현대상선 부활 기대했지만 고유가·저운임으로 시황 악화산업은행, 현대상선 고강도 경영혁신 주문에 책임론도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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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이 파산한지 2년이 돼 가지만, 2018년 국내 해운업계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올 상반기 정부 주도로 도약을 기대했으나 저운임과 고유가 등 해운시황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정부로부터 1조원을 수혈 받았지만, 경영 정상화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우울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을 비롯한 선사들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 대비 악화되거나 변동성이 확대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0월까지 평균 817로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했고, 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발은 좋았다. 정부가 해운업 재건을 위해 설립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난 7월 출범하면서 그동안 없었던 해운산업의 컨트롤타워가 탄생했다. 국내 해운사들도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자금 마련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이후 해양진흥공사는 3개월 만에 현대상선에 대한 1조원 지원을 결정하고, '경쟁력 제고방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하면서 국적선사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해운 시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올 4분기 들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일 976으로 최고점을 찍고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달 14일 기준 848.65로 지난 3분기 평균 877.6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제유가 상승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선사들이 주로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유는 지난해보다 30% 상승했다. 해운사의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인 만큼, 연료유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류세 부담으로 현대상선도 내년 1월부터 유가할증료를 운임에 별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시장상황이 워낙 안 좋은데다 연간 계약이 많아 유가변동을 운임에 연동하지 않았다.

    올 한해 악재는 여기서 끊나지 않았다. 해운시황 악화로 신음하던 해운업계에 하반기 들어 집중공격이 들어왔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고강도 경영혁신을 주문했고, 일부 국가들은 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시장 수요공급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현대상선에 고강도 경영혁신을 주문하면서 경영 정상화 부진 책임을 물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문제 삼고 거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사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질 수 없었다. 현대상선은 지난 3분기 123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4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올 들어 누적 적자만 4929억원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적자를 합치면 2조원 가까이 된다.

    다른 해운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SM상선의 경우, 미주노선 운임이 오르면서 지난 8월 주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지만, 앞으로의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 출범 초기라 변동성이 크고 미주 항로 운임의 하락폭이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이렇다 보니 해운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흥아해운은 동남아 노선의 경쟁 심화와 대규모 선대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으로, 대한해운은 그룹의 빠른 사업 확장으로 계열 전반의 사업 및 재무 위험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