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하락 국면 심화·공공 부진 지속 전망해외 소폭 회복 기대에도 불리한 산업환경 지속 예상
  • 세종시 주상복합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세종시 주상복합 공사 현장. ⓒ연합뉴스

    "올해도 마냥 좋다고 하기 어려웠지만, 내년에는 정말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대형건설 A사 관계자)

    안개 속이다. 몇 년간 먹거리를 해결해준 주택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해외도, 마땅한 반등 여지가 없는 공공도 시계가 '제로'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전통적 역할과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의 경착륙 대응 방안이 필요하며 기업에는 위기 대응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건설수주는 민간 부문 90조원, 공공 45조원 등 모두 13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건설수주 감소세가 올해 전년대비 10.0% 감소하면서 3년 호황이 종료된 데 이어 내년에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내년 수주는 2014년 107조원 이후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137조원에 그칠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보다 7.9% 줄어든 수준이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외를 종합적으로 감안한 건설업의 내년 산업 환경은 불리한 상황으로 판단되며 올해보다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외 부문의 불리한 산업 환경 지속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부문의 경기 하향 국면 진입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여건은 올해에 비해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확대된 입주물량에 따른 수급여건 악화와 신규 분양물량 감소세,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과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주택 부문의 분양 및 입주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SOC예산의 추소 추세와 복지예산 확대 등에 따른 공공 부문 발주 감소 및 수주경쟁 심화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입주물량은 45만1000호로, 1990년대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며 내년에도 38만호 이상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서울이 4만2000호, 경기 13만7000호, 6개 광역시 8만호, 기타 지방은 12만3000호로 집계됐다.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경우 과거 10년 평균에 비해 상승폭이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 지역과 기타 지방은 과거 10년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2000~2013년 평균 입주물량이 약 7만5000호에 불과했으나, 2014년 이후 10만호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고인 16만5000호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12만여호의 입주가 예정됐다.

    한형대 책임연구원은 "신규주택 공급 여건은 지역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라며 "지방 및 기타 경기 지역은 주택 신규공급 여건이 타 지역에 비해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도별 아파트 입주물량. 자료=부동산114. ⓒ나이스신용평가
    ▲ 연도별 아파트 입주물량. 자료=부동산114. ⓒ나이스신용평가

    미분양 물량은 공급량 증가로 2015년 말 6만2000가구까지 증가했으나, 수도권의 미분양 해소를 중심으로 지난해 3분기에는 5만4000가구로 감소했다.

    실제 경기 지역(인천 제외)의 미분양은 지난해 1분기 1만4000가구에서 3분기 8000가구까지 감소했다. 이에 반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3분기 기준 전체 미분양의 87.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기타 지방의 입주물량이 올해 최고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별 미분양 부담 수준의 차별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의 동행지표인 민간건축의 기성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 투자규모는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16~2017년에는 건설투자가 1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동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반기 기준 건설투자 성장세 둔화는 2017년 하반기 이후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수주실적 및 인허가 규모의 감소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주택 부문의 부정적 공급 여건 등으로 민간 부문 수주실적이 감소하면서 내년 이후에는 건설투자 규모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건설투자가 연간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건설투자 전망치를 상반기 마이너스(-)2.6%보다 더 낮은 -3.4%로 하향 조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더 낮게 잡았다. 내년 건설투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억제정책과 SOC예산 감축에 따라 올해보다 4.5%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신청사 발주물량 증가, SOC예산 집행률 상승, 선거효과 등으로 최근 수년간 공공 부문 수주 및 건설투자 규모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공공 부문 수주실적이 감소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SOC예산이 축소될 예정인 점 등을 감안하면 공공 부문 수주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180%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으로, 공기업의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여력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 UAE원전 건설현장. ⓒ한국전력공사
    ▲ UAE원전 건설현장. ⓒ한국전력공사

    내년도 해외건설산업은 올해와 유사한 산업 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인 국제유가 회복으로 발주 환경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으나,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저조한 수주 실적을 감안하면 당분간 해외매출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저유가 추세, 해외 부문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선별적 수주전략, 국내 분양경기 개선에 따른 주택 부문 수주역량 집중 등으로 해외 부문 수주실적은 최근 3년 연속 400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2008년 476억달러로 400억달러에 진입한 이래 처음이다.

    올해 유가는 이란 제재 등에 따른 원유 공급 부족 우려로 상승하다가 10월 이후 초과공급 및 수요 증가세 둔화 우려로 하락 반전됐다. 2019년에는 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산유국의 감산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가가 배럴당 65~8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이후 미국의 수송 인프라 구축으로 미국의 원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유가가 하락해 배럴당 평균 70달러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발주처 위주의 수주 환경 지속,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 해외건설산업의 열위한 수익성으로 인한 선별 수주 기조 지속 등을 감안하면 해외 부문 수주실적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건설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 추세 등 높은 수준의 경쟁 강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부문은 올해에 이어 불리한 산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지난달 말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발주 여건이 악화됐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내년도 어려운 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건설산업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고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의 건설경기 완충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에게는 기본을 지켜야 하고 선별 수주,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하락세가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빨라 건설경기 경착륙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2019년 건설투자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0.4%p 하락하고, 취업자 수가 9만2000명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 확대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건설경기 경착륙 방지, 경제·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 축소를 위해 연말 국회에서 생활형 SOC사업, 도시재생사업, 공약 사업, 지방 주택시장 지원책 등의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내년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정책 등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기업들은 보수적 경영전략과 위험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신시장,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