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호황인데도 불필요한 국채발행 강요""부채증가가 전임 정권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압박"
  • ▲ 기자회견하는 신재민 전 사무관.ⓒ연합뉴스
    ▲ 기자회견하는 신재민 전 사무관.ⓒ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정부 흠집 내기 의혹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잇따른 폭로로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앞선 정부의 실패를 부각하려고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하고 1조원 규모의 국고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했다는 게 골자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지난 2017년 무리한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고 당사자가 현 국무조정실 2차장인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직접 국·과장에게 전화해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기로 한 2017년 11월23일)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면서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 차영환 당시 비서관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14일 국고채 1조원 조기상환 취소와 관련해선 "정부가 한다고 하고 안 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해 못할 의사결정을 거쳐 취소한 것만으로도 (국민께)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국채 발행 관련 담당자였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보고에 4차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과장이 청와대 측과 통화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신 전 사무관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전해 들었다고 해명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의 이번 공익제보 논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전임 박근혜 정부의 국가부채 비율을 높이려고 입김을 작용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잖다.

    적자국채는 세출이 조세 기타 경상수입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려고 발행한다. 적자국채는 인플레를 유발할 우려가 있어 발행이 극히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인수하는 게 보통이다.

    국가부채 비율은 거시건전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지표다. 적자국채를 많이 발행한다는 것은 정부가 세입·세출 등 재정관리를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신 전 사무관 주장대로 김 전 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을 낮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나 실패를 부각하려고 일부러 부채비율을 높게 관리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각에선 2017년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해이기도 하다며 채무비율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은 "문 정부 첫해라고 해도 GDP 대비 채무비율이 앞으로 정권 지나면서 오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확장적 재정 운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가부채 비율을 낮춰놓으면 앞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정파적인 잔꾀를 부린 거다. 부채 증가가 전임 정권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라며 "국정이 당파적으로 위험하게 운영되고 있고 경제부처가 청와대에 눌려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