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인트라넷 통해 '플랜트사업 본부 비상경영 선언문' 발표임헌재 본부장 "그동안 '회사-그룹' 도움 연명… 이미 도산 지경"임원 15명 전원 사의 표명… 5명 퇴사, 잔류 임원 임금 30% 반납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이성진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이성진 기자
    대림산업의 플랜트 부진이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지속된 손실 탓에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해당 임원의 임금 감축 등 고강도 긴축 경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중장기 신규수주 개선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플랜트사업 본부의 비상경영 선언문을 발표했다.

    임헌재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지금까지 회사와 그룹 도움으로 연명했다"며 "이미 도산 지경으로 더 이상 손실은 감당하기 어려워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준비가 될 때까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퇴임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당면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플랜트 본부 임원 1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임헌재 본부장을 포함한 5명은 회사를 떠났다. 잔류한 임원들은 임금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의 임금은 3년간 동결된다. 승진도 경영정상화가 될 때까지 중단되며 보직수당 제도도 폐지된다. 또 정비를 줄이기 위해 플랜트본부 사무실 이전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조직개편도 함께 이뤄진다. 부서 간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대림산업의 이 같은 플랜트 부문 구조조정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림산업은 앞서 지난해 초 적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플랜트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의 플랜트 부문은 2013년 적자전환 후 2017년까지 5년간 적자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된 세전순손실은 2조원을 돌파했으며 매출은 5조2948억원에서 2조489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로 전체 실적이 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2013년 순손실 103억원으로 적자전환한 후 이듬해 영업손실 2702억원, 순손실 4405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의 호황과 해외 현안프로젝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곳간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어 중장기 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잔액은 16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4조원보다 31.1%(7조4960억원) 급감했다. 수주잔액이 3분기 기준 10조원대로 추락한 것은 2009년 19조원 이후 9년 만이다.

    이는 플랜트 부문의 수주 부진 여파다. 플랜트 부문의 신규수주는 2013년 5조5611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반토막난 후 2017년 278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플랜트 수주잔액도 2013년 10조원에서 2017년 3조8695억원으로, 5년새 61.3%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플랜트 부문 수주잔액은 1조원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림산업의 향후 실적 악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은 8조25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9조448억원보다 8.71% 감소한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올해 실적은 건축·플랜트 부문 매출 감소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특히 플랜트 부문의 경우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업손실 500억원가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은 대형 주택현장 종료와 플랜트 수주잔액 감소에 따라 외형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플랜트 부문의 고강도 긴축 경영이 유능한 인력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 신규수주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림산업 측은 "지난해 플랜트 부문 실적도 본부 직원의 판관비 등이 포함되면 적자"라며 "플랜트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에도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사업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