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롯데건설, 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사 '입질''법적정리-조합 내 갈등' 등 사업 본궤도 상당 시간 소요될 수도
  •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전경. ⓒ연합뉴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이 새 시공자를 찾아 나선다.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하기로 의결했다. 이미 총회 전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의향서를 제출한 만큼 다시 수주 격전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과의 정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조합 내에도 적지 않은 갈등이 있는 만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예식장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임시총회에서 조합은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총 조합원 1622명 중 과반이 참가해 임시총회가 개최됐고, 투표 결과 '현대산업개발 시공사 선정 취소'에 대해 참가자 857명 가운데 745명이 동의했다. 이날 자정 가까이 이어진 개표 끝에 조합은 찬성률 86.9%로 시공사의 우선협상 지위를 박탈했다.

    앞서 이 단지는 시공자 선정이 세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4월 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특화설계안, 공사 범위, 공사비 등 세부 항목을 두고 조합과 현대산업개발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서 본계약에 난항을 거듭했다.

    조합 측은 현대산업개발이 당초 약속했던 986억원 규모의 특화설계 무상 제공 내용이 빠졌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내역에도 갈등이 있었다. 조합이 입찰에서 제시한 예정공사비 8087억원에는 아파트 건물 외에 반포천 주변 보도교, 도로, 공원 등 공공기반시설 건축 등의 비용이 포함됐는데,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와 보도교 이외의 시설과 건축물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조합의 문제 제기가 거세지자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를 '실수'로 해명했고, 결국 7월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9월부터 실시한 본계약 협상에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조합원들의 추가 비용이 늘어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조합이 현대산업개발의 제시안을 거부한 것이다.

    최흥기 3주구 조합장은 "계약 일부 내용이 입찰 기준에 미달해 법적 문제가 우려되고 조합원들의 추가 비용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조합원 전체 이익을 고려했을 때 현대산업개발의 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 조합은 다른 건설사로 시공사를 바꾼다. 이번 주 중 시공사 설명회를 갖고, 다음 달 말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은 직접 대형사에 시공 참여 의사를 물어 4곳에서 입찰의향서를 받았다. 오는 9일에는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10일에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밖에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 72㎡·149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수도권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역세권 단지로, 지난해 서울시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인근에 편의시설과 명문 학군이 밀집한 반포동 핵심 입지에 위치해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마치면서 몇 안 남은 알짜 사업지로 꼽힌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의 새 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재건축 공사비만 8087억원에 달한다.

  •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위치도.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위치도. ⓒ뉴데일리경제 DB

    다만 사업 재개에는 걸림돌이 남아있다. 시공사 지위가 박탈된 현대산업개발과 소송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총회 전 '총회 개최 취소 가처분신청'을 중앙지법에 제출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일단 현대산업개발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지난 4일 '201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협상이 잘 진행됐는데, 조합장이 갑자기 단독으로 움직이면서 취소 논란이 나왔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원칙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전 시공사와 소송이 길어질 경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 알짜 입지인데도 앞서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사업비 등 세부계획을 검토한 다른 건설사들이 큰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소송전을 선택할 경우 다른 건설사들이 조합과 새로운 계약을 맺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입찰 의향을 밝힌 A건설 관계자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합법적으로 무효 처리되고 입찰에 법적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내 갈등도 풀어야할 숙제다. 이번 임시총회를 주도한 최 조합장과 의견을 같이하는 조합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 간 이견이 있다.

    반대하는 집행부와 조합원들은 오는 20일 최 조합장의 해임 및 직무정지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최 조합장과 이를 따르는 소수 세력이 의도적으로 수의계약 상황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태 조합 이사는 "조합장이 서초구청의 권고에도 공동시행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6000억원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폭탄을 맞게 됐다"며 "입찰 과정마저도 어이없는 입찰 제시로 수의계약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임시총회 자리에서도 이들 세력간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조합 내 분위기 수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