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호황-해외 부실 마무리… 지난해 대형 5사 영업익 증가부동산 침체·유가하락 등 저성장 기조… CEO들 "올해 더 힘들어"
  • ▲ 자료사진. 알제리 라스지넷에 있는 대우건설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 자료사진. 알제리 라스지넷에 있는 대우건설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불황 속에서 국내 주택시장 호황과 해외 현안프로젝트가 마무리 국면에 돌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수주잔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환경이 악화일로에 들어서면서 올해 본격적인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도 올해 건설업황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지난해 4분기 추정 평균 매출은 4조1608억원, 영업이익은 2174억원으로 조사됐다. 2017년 4분기에 비해 매출은 2.92%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한 2174억원으로 추산됐다.

    순이익도 크게 호전됐다. 2017년 4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했던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모두 흑자전환하면서 5개사 평균 순이익은 1734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이 추정치대로 나온다면 5개사의 지난해 연간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6% 증가한 9392억원에 달한다. 특히 순이익은 7514억원으로, 전년보다 223% 늘었다.

    기업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물산 1조1452억원 △GS건설 1조548억원 △현대건설 9348억원 △대림산업 8519억원 △대우건설 7095억원 순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현대건설을 제외한 4개사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513억원 감소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 외에도 상사·패션·리조트 등 여러 사업 부문이 포함돼 있지만 이번 영업이익 증가는 대부분 건설 부문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건설 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6054억원의 영업이익을 쌓았다. 건설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형사들의 이 같은 실적 호조는 주택사업 호황이 이어진 가운데 추가손실이 빈번히 발생했던 해외 현안프로젝트의 종료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외 부문은 주요 손실 현장들이 전반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2013~2015년과 같은 대규모 추가원가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일부 손실 현장들은 완공이 지연돼 일정 수준의 추가원가 발생이 지속될 수도 있지만, 이는 주택 부문에서의 이익창출로 상당 수준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최근 국내 수주액도 감소하면서 올해 업황 둔화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137조원, 건설투자는 238조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7.9%, 2.8% 감소할 전망이다.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건축허가가 줄어드는 등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는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이 같은 추세는 2020년까지 지속될 전망으로, 건설업체들의 보수적 경영 전략과 위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황덕규 나이스신평 실장은 "2017년 하반기 이후 국내 건설 수주물량은 감소세로 전환했다"며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 물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실적도 지난해에 이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 건설투자 또한 민간 주거용 시장의 수주 축소, 금리인상 및 경기 위축에 따른 비주거용 투자 감소 등으로 인해 올해 하강 폭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세종 일대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세종 일대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해외사업 불확실성에 따른 보수적 수주전략으로 수주고가 빠르게 말라가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 무대였던 중동의 발주량이 줄고 프로젝트 지연이 빈번히 발생하는 등 손실이 발생되면서 해외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의 해외 신규수주액은 2014년 660억달러에서 이듬해 461억달러로 줄었고 2016~2017년에는 200억달러에 그쳤다.

    실제로 대형 5개사의 지난해 3분기 수주잔액은 146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68조원에 비해 22조원 증발했다. 이 중 해외 수주잔액만 17조원 감소했다. 수주잔액 전체 감소액의 80.1%에 달하는 규모다.

    바닥을 쳤던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수주 3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해외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유가가 다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쟁력도 잃어가고 있어 녹록치 않다.

    황덕규 실장은 "상승 추이를 보이던 유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차 해외 부문 수주환경이 악화됐다"며 "해외 플랜트 부문의 추가원가 발생과 선투입자금 회수 지연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내재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인도, 터키 등 후발업체의 부상으로 기술과 가격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수주경쟁이 한 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수주액도 지난해 수준인 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도 올해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올해 국내외 시장 환경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다같이 합심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도 "지난해 대내외 각종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규모와 수익면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경영환경은 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석주 사장은 올해를 '60년 롯데건설! 세계로, 미래로!'로 정하고 ▲수주역량 강화 ▲미래 성장동력 확장 ▲사업수행 역량 고도화 등의 경영방침을 세웠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불황을 맞이했지만 기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수주잔액이 감소세에 놓인 만큼 올해가 건설사들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은 '2019년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정부와 국회 측 인사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 SOC투자 축소, 주택 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건설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