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상 빨라야 5개월… 시공 조직도 재정비 필요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건축 컨소, 실적 부진에 사업비 '부담'도
  • ▲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GBC' 조감도. ⓒ연합뉴스
    ▲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GBC' 조감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가 4년여 만에 정부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본격적인 착공 시기에 대한 관심이 쏠려있으나, 행정상 남은 절차와 최근 현대차그룹의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착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본회의 서면 심의를 통해 GBC 사업을 통과시켰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2016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각종 규제에 막혀 4년 넘게 답보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안전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등을 통과했으나, 2017년 12월 수도권정비위 심의 절차에 들어간 뒤 지난해 3월과 7월 세 차례나 보류되면서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GBC 착공 등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틀 후인 19일 수도권정비위 실무회의에서 조건부 통과시켰다.

    심의 과정에서 국토부는 현대차가 제시한 인구저감 방안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서울시가 이를 관리·감독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으로 건축허가 등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우선 현대차그룹 측이 건축허가 신청서를 시에 접수하면 최소 3개월 간 심의를 거친다. 굴토(땅파기) 심의에도 1개월가량 소요되는 등 각종 상황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적어도 4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의 행정절차와 군,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의 의견 조율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건축허가에만 3개월가량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데다 굴토 심의 역시 시간이 소요된다"며 "더군다나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실적과 수익성 창출에 집중해야 되는 상황이라 상반기 착공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현대차그룹도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연내 착공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정진행 현대차 사장을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보임한 후 현대건설과 협력업체들에게 3월 사업재개를 목표로 조직 재정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수 현대건설 부사장을 주축으로 기술자 20여명으로 꾸려진 신사옥추진사업단은 지난해 GBC사업이 지지부진하자 해체설까지 나돌았으나, 아직 팀은 유지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또 이와 별도로 부사장급 임원을 중심으로 각 부서별 관련 업무를 맡는 인력으로 구성된 내부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착공시점을 상반기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남아있는 각종 절차 진행 상황을 잘 살펴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사옥. ⓒ뉴데일리 DB
    ▲ 서울 서초구 소재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사옥. ⓒ뉴데일리 DB

    본격적인 착공 작업 돌입과 함께 그룹 내 건축비 분담도 화두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은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에 105층 규모의 신사옥 GBC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토지 매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매출과 보유현금 등을 감안해 공사비를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 사업 주체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컨소시엄"이라며 "부지 인수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각 주체별 공사비를 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9월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3사로 구성된 현대차 컨소는 한전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 10조5500억원에 대한 분담비율은 현대차 55%, 현대모비스 25%, 기아차 20%였다. 당시 이들 3사는 개별 이사회를 열어 각 사별 자금여력 미래가치 창출 방안 등을 종합해 분담비율을 정했다.

    다만 2014년과는 업황이 달라진 만큼 공사비 분담에 대한 각 사별 체감은 예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증가와 수익성 개선 등으로 풍부한 자금여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수도권정비위 심의에서 세 차례 보류, 지연되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 보유현금 감소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다. 때문에 대규모 자금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3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8조7053억원으로, 전년 18조5056억원에 비해 1.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7조2618억원에서 5조8510억원으로 19.4%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업계 전망치는 2조7345억원으로, 2017년 4조5746억원보다 40.2% 급감했다. 실제 연간 영업이익이 예상치 수준으로 머물게 된다면 2009년 2조2349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지난해 4분기 선제적 등급전망 조정을 단행했다. 신용등급 'AAA'는 유지했으나 한국기업평가는 10월, 한국신용평가는 11월 각각 현대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의 경우 2013년 '안정적' 평가 이후 5년여만의 하향 조정이며 2015년 '안정적'으로 평가한 한기평은 3년 만에 등급전망을 수정했다. 특히 한신평은 지난해 5월 2017년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에서도 '안정적'을 유지했다.

    한신평은 △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 증가에 따른 구조적 측면의 수익창출력 약화 △주요 완성차 시장 수요 둔화 및 신흥국 통화 약세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 △지속되는 품질 이슈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 △친환경·자율주행 차량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 등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송민준 한신평 실장은 "향후 현 최고등급에 부합하는 수익창출력의 회복 및 안정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 ▲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GBC' 투시도. ⓒ연합뉴스
    ▲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GBC' 투시도. ⓒ연합뉴스

    기아차의 경우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74.1%)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이 2008년 3085억원 이후 최저치(662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업계 전망치 1조1534억원은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 2조221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2014년 3조70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걷기 시작한 내리막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9630억원으로 전년 2조249억원에 비해 3.0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재무건전성도 부지 매입 당시인 2014년 3분기에 비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유동비율(155%, -46.7%p)과 부채비율(139%, +10.1%p) 모두 악화된 현대차를 포함한 3사 유동비율(162%)은 2014년 3분기에 비해 28.4%p 줄어들었으며 부채비율(106%)도 1.66%p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이 활용 가능한 유동성은 떨어졌고, 갚아야 될 빚은 늘어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 착공이 지연되면서 늘어난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손실액이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1조7000억원이 넘는 기부채납도 부담이다.

    서울시는 2016년 심의를 통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올림픽대로 지하화 △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총 1조7491억원 규모, 12개 사업을 공공기여 사업으로 정했다. 현금 기부채납이 아닌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시설 기부채납이라고 하더라도 적잖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영업이익이 줄곧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빠른 인‧허가를 기대하면서도 그룹 안팎에서는 적지 않은 자금 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GBC 시공은 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시공 지분 70%)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으며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15곳과 직원 1만여명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시와 현대차그룹이 2014년 11월부터 반년간 진행한 도시행정학회 용역 결과를 보면 GBC 건설 후 자동차 산업에서만 23만2000명이 고용될 것으로 분석됐으며 △건설업 21만5000명 △숙박·판매업 47만8000명 △금융·서비스업 11만5000명 △금속 등 기계 제조업 17만5000명 등도 신규 고용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121만5000명에 달한다.

    신규 세수 증가도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인허가 2년, 건설 5년, 준공 후 20년 등 총 27년간 264조원의 경제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관련 산업들도 GBC 건설을 성장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