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납부 임박, 전셋값 하락 전망… "구정 이후 떨어질 것"낮출 생각 없는 집주인 vs 급매물 기다리는 세입자… "거래 뜸해"
  •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헬리오시티' 단지 전경. ⓒ이성진 기자
    ▲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헬리오시티' 단지 전경. ⓒ이성진 기자
    "집주인과 세입자가 생각하는 전셋값 차이가 1억원에 달하다보니 생각만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요. 전셋값 하락 소식이 연일 나오면서 세입자들은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서울 송파구 가락동 A공인 대표)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연일 화제다. 9510가구 규모의 물량이 짧은 시간에 풀리면서 '물량 앞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전셋값이 연일 하락세다. 그럼에도 입주민들은 일정 가격 이하로는 세를 놓지 않으면서 입주민과 수요자 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가락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입주민들이 제시한 전용 84㎡ 기준 전셋값은 평균 7억원이다. 반면 수요자들은 6억원 이하의 매물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로 간의 격차가 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입주민의 잔금 납부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헬리오시티의 잔금은 분양가의 30%다. 전용 84㎡ 분양가는 7억6700만~9억2600만원이기 때문에 잔금은 2억1030만~2억7708만원이다.

    잔금 납부기한은 4월1일까지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전세금으로 이를 융통해야 하기 때문에 2월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만난 가락동 B공인 대표는 "임대를 놓지 않으면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납부기한이 임박할수록 급매물이 속속 나올 것"이라며 "조합원 물량의 경우 이주비가 있다면 굳이 싸게 내놓을 필요가 없지만 더 이상 전셋값이 오를 요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광장 자료를 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12층)의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8억7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12월 6억원으로 급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1층 매물이 4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락동 C공인 대표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동간 시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전용 84㎡가 평균 6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초반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전셋값은 보합이지만 막판 돼서는 급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들은 전셋값이 더 하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전셋값을 낮출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A공인 대표는 "집주인들도 대부분 전셋값 하락 기조를 걱정하면서 상담을 요청해 오면서도 전셋값을 낮추려는 생각은 잘 하지 않고, 월세를 원하고 있지만 이는 수요가 없다"며 "문의는 많지만 거래는 뜸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대규모 단지인 헬리오시티의 역전세난이 나타나면서 그 여파가 인근 단지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 결과 헬리오시티 인근에 위치한 '동부 센트레빌' 전용 143㎡(15층)의 지난해 2월 전셋값은 7억원에 달했지만, 헬리오시티 입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월에는 5000만원 떨어진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가락 쌍용아파트 1차' 전용 84㎡(15층)의 전셋값도 지난해 4월 5억7000만원에서 올해 1월 5억4000만원으로, 3000만원 빠졌다.

    B공인 대표는 "헬리오시티보다 인근 단지의 전셋값 낙폭이 더 크다"며 "인근 지역 거주자가 헬리오시티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지만, 문제는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빠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헬리오시티의 매매가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만가구 규모의 입주가 단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4월까지 물량이 소화되지 않는다면 전셋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