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방문 사흘전 ‘통보’갑작스런 VIP 신년회, 4대그룹 총수 일정 변경 등 도마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새해부터 기업의 내부사정을 외면한 채, 그들의 새로운 경제기조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재계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뚜렷한 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결책으로 문 대통령은 뒤늦게나마 재계와 손을 잡고 당면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구체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VIP와의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히며 기업에선 출장취소와 일정변경 등 예정된 계획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

    일례로 최근 이낙연 총리의 삼성전자 수원공장 방문을 들 수 있다. 이 총리는 지난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그런데 이 일정은 이 총리가 방문하기 사흘 전 갑자기 결정돼 삼성 측에 통보됐다. 총리의 현장 방문일정은 보통 1~2주일 전 기업에 알려진다. 총리 뿐만 아니라 기업 총수의 스케줄도 사전 조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수원사업장 일정은 일반적 범주에서 벗어난 ‘깜짝방문’이 됐다.

    이러한 사례는 지난 2일 문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 등이 만난 경제계 신년회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청와대는 신년회가 임박해 각 기업에 초청장을 보냈는데, 이로 인해 기업들은 시무식 등 내부일정이 꼬였다.

    이날 4대 기업 총수들은 그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각각 서울 양재동 본사와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아침 일찍 시무식으로 마치고 오전 11시 신년회에 참석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회를 마치고 곧바로 광장동 워커힐호텔로 이동해 그룹 신년회에 참석했다. SK는 그간 신년회를 매년 오전에 진행했다. 하지만 청와대 신년회가 갑자기 잡히며, 부득이하게 오후로 변경했다. 정부의 제스처에 재계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200자 원고지 60매 분량의 대국민 신년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총 35회나 언급했다.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경제’가 9번 등장한 것과 비교해 4배 가량 많다.

    기업과 함께 당면 경제위기를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좋다. 정부가 기업 총수들의 일정 등을 파악해 사전에 조율했다면 재계 역시 소통에 흔쾌히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정부의 러브콜이 쏟아지며 내부 보다 외부일정 챙기기에 급급하다.

    문재인 정부 앞에는 경제 정책과 관련한 이정표가 놓여있다. 한 쪽에는 ‘실패한 정부’, 다른 쪽에는 ‘성공한 정부’. 현재까지는 전자에 가깝다는게 기자 개인적 소견이다. 후자의 길을 가려 한다면 경제계가 동반자적 위치에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된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 한쪽이 강제로 이끌려 한다면 잡음이 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기조에 변화를 줘, 기업과 함께 가는 길을 택했다면 재계를 배려하는 미덕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