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두부, CJ제일제당 만두, 농심 라면 등 실적 상승세
  • ▲ 비비고 글로벌 TV광고 화면. ⓒCJ제일제당
    ▲ 비비고 글로벌 TV광고 화면. ⓒCJ제일제당

    우리 식품기업들의 미국 시장 성장세가 심상찮다. 내수 시장 포화 등에 따라 'K-푸드' 글로벌화를 최대 미션으로 삼고 있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대륙까지 뻗친 국내 식품 기업들이 잇따라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풀무원USA의 지난해 두부 사업 매출은 8800만달러(한화 약 988억원)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11.1% 성장한 수치다. 풀무원USA의 미국 전체 두부시장 점유율은 73.8%(2018년12월3일 닐슨데이터 기준)로 1위를 확고히 했다. 미국 전체 두부시장도 식물성단백질 식품 트렌드 확산과 함께 풀무원USA가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두부 신제품 개발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년 대비 9.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두부시장의 성장은 육류를 대체할 식물성단백질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풀무원USA가 2016년 미국 두부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이후 교민과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마케팅에서 벗어나 주류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두부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미국 전역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991년 풀무원의 미국진출 초기에는 두부소비 고객이 대부분 교민과 아시아인이었으나 최근에는 미국 주류 마켓에서 두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현재 풀무원USA 두부 매출 가운데 미국 주류마켓 판매 비중이 80%에 달한다. 나머지 20%는 LA한인타운과 같은 아시아인 거주 지역 마켓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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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무원USA 조길수 대표는 "미국 두부시장 전망이 밝다"며 "지속적인 R&D투자와 신제품 출시로 올해 자사 두부 매출을 12.3% 이상 증대 시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만두사업과 관련,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 비중을 제쳤다. 글로벌 만두 매출은 2015년 1350억원에서 지난해 342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 비중도 2015년 40.9에서 지난해 53.7로 12.8포인트 늘었다. 올해는 쉬완스(Schwan's Company)와 카히키(Kahiki Foods), 마인프로스트(Mainfrost) 등 지난해 미국과 독일에서 인수한 현지업체와 손잡고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지난해 만두 매출 2400억원을 기록,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10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2년 만인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하는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만두를 포함한 전체 매출로 보면 미국 시장에서만 4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앞서 CJ제일제당은 미국 동부에 글로벌 세번째 공장을 구축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비비고' TV광고를 온에어하고 미국 PGA 정규대회에서 비비고를 내세운 홍보할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이 약 2조원 규모로 인수한 쉬완스는 미국 전역에 걸친 식품 생산, 유통 인프라와 R&D 역량까지 갖춘 냉동식품 전문기업이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미국 전역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할 안정적인 플랫폼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쉬완스는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피자, 파이, 아시안 애피타이저 등 시장에서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과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지난해 매출은 2조3000억원(홈 서비스 사업 제외), 상각전이익(EBITDA)은 2460억원의 성과가 예상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외식형, 스낵형, 편의형 등 미래형 제품도 개발해 2020년에는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이 중 70%를 글로벌에서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해외사업 실적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심은 미국 해외법인에서 신라면을 내세워 최대 실적을 이뤄냈다. 지난해 농심의 미국사업 실적은 12% 성장한 2억2500만달러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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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농심은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매출이 34%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올해 농심의 미국 메인스트림 매출이 아시안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메인스트림 마켓과 아시안 마켓의 매출비중이 지난해까지 5:5였다면 올해는 6:4 정도다.

    1971년 미국 라면수출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농심은 1994년 미국에 최초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해외사업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 LA를 비롯해 중국 상해, 심양, 청도, 연변 등 해외에서 5개 생산공장을 가동,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이 그동안 현지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로드쇼(road show)’라는 특설 매대를 운영하고 다양한 시식행사를 펼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농심은 주류시장 선점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까지 제품판매가 확대된다는 점도 전략으로 내세웠다.

    신라면은 미 국방부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정부기관 매점에 라면 최초로 입점됐으며,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에서 봉지라면으론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다.

    올해 농심의 미국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된다. 농심은 LA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새로 구축하는 라인은 용기면 전용으로, 성장세인 미국 용기면 시장을 정조준 한다. 현재 봉지면 2개 라인, 용기면 3개 라인을 갖춘 농심 LA공장은 용기면 1개 라인이 더 늘어나면서, 용기면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됐다.

    농심은 일본 토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15%의 점유율로 미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원조인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

    신동엽 농심 미국법인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남미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농심 제품을 찾고 있다”며 “농심의 제품력과 체계적인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내 일본을 넘어 미국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샘표 역시 요리 에센스 '연두'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연두는 지난해 뉴욕에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오픈한 바 있다. 샘표는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서 연두 등 우리 장을 활용한 다양한 클래스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현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식품기업들의 미국 시장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업계 안팎의 기대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우리 식품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K푸드의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