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등 서울 5개구, 국토부 방문 이의 제기전문가들 '조세저항-조세전가' 등 후폭풍 한 목소리
  • ▲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를 크게 올릴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 등 일부 구청이 직접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조정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에 대한 세 부담 증가 우려 때문이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동작구·서초구·성동구·종로구 등 서울 5개 구청이 지난 10일 국토부 세종 청사를 방문, 표준 단독주택 공시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한국감정원에 정식으로 의견을 접수해 감정원이 현장조사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5개 구청 외에 마포구청도 최근 개별적으로 국토부 청사를 방문,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국토부와 감정원은 지난달 19일 표준 단독주택 22만호의 공시 예정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분석 결과 용산구 이태원과 한남동, 강남구 삼성동, 서초구 방배동 등 부촌에서 공시가격이 전년에 비해 50~60%, 최대 200%까지 크게 뛰는 주택이 속출했다. 반면 수도권 저가 주택과 지방 주택은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역시 뚝섬 서울숲 일대를 중심으로 일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최대 150~200%까지 상승했다.

    이들 구청 관계자는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고, 표준지 공시지가보다도 상승률이 높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구청 측은 "공시가격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공시가격을 올렸는데, 너무 한꺼번에 가격을 많이 올려 주민들이 적잖은 세 부담을 지게 됐다"며 "이와 관련, 감정원에 의견을 제시하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도 주민들의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일선 구청 관계자들이 직접 중앙정부를 찾아가 의사를 표시한 것이 이례적이라며 급격한 세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통상 국토부와 감정원은 표준 주택공시가를 산정한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표주 단독주택 공시가는 지자체에서 산정하는 개별 단독주택 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구청은 서류로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이 우려를 보이는 민원이 많아 몇 개 구청이 함께 나서게 된 것"이라며 "국토부를 방문해 주민의 우려를 전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공시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올라 세 부담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공개된 사례들을 보면 공시가격이 많게는 전년에 비해 3~4배 오른 경우도 다수 나타났다.

    일례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427㎡)의 경우 2019년 공시가격이 40억원으로 예고돼 지난해 14억원보다 3배가량 뛰었다. 이 경우 해당 주택 보유자가 납부해야 할 종합부동산세는 올해 166만원에서 내년 306만원, 재산세는 280만원에서 364만원으로 늘어난다.

  •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데일리 DB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데일리 DB

    부동산시장에서는 시세 반영률이 떨어졌던 고가 주택 등 비정상적인 공시가격의 현실화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공시가격을 한 번에 과도하게 올릴 경우 강한 조세 저항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 등 61개 항목에 적용되는 만큼 파괴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보유세가 전년대비 수십만원 오르는 주택도 많지만, 매년 납부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특히 퇴직자나 고령자의 경우 거주권을 뺏길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조세 반발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세금이 너무 올라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대출규제에 막혀 팔지도 못하고 이사도 못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상업용 부동산이나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조세전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는 조세전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각지대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뒤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양자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타당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시장에서 감내할 수준의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점진적으로 정책을 도입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특히나 1주택을 보유한 서민이나 중산층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공시지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가 진행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을 구성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 강화 시민행동'은 기자회견을 갖고, 차질 없는 공시가 현실화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불평등하고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제도 개선은 불평등한 사회를 정상화시키는 첫 단추"라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없이는 집값과 부동산 소유 편중 심화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 특혜를 주어선 안 된다"며 △현 정부 임기 중 보유세 실효세율 0.5% 달성 △공시비율 폐지 및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85% 달성을 위한 로드맵 제시 △보유세로 마련된 재원의 공공임대주택 사용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