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전문위, 주주가치 훼손여부 결론… 부정적 의견 많아재계 "과도한 개입… 경영 자율성 훼손 우려"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를 내달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를 내달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 사진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를 내달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 

    연이은 갑질 논란에 사익편취까지 사회적 공분을 산 총수 일가의 주주가치 훼손 정도를 객관적으로 따져본 뒤 조양호 한진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도입한 이후, 개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과도한 개입에 따른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2월 수탁전문위서 최종 결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제 1차 회의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지분을 각각 7.34%, 12.45% 보유하고 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훼손의 정의, 주주가치의 상승·하락 측정 방법, 주주가치의 시기적 변동 가능성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주주권을 발동할 경우,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풍부한 자료 위에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논의는 기금운용위 산하 수탁자전문위원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지역가입자 대표)이 정식 안건으로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수탁자전문위는 민간전문가 14인으로 구성됐으며 정부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기존 의결권전문위를 확대, 개편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일부 위원이 해당기업에 자정노력의 시간을 좀 더 주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수탁자책임전문위에 전문적인 검토를 요청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 3월 주총서 주주권 행사할 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주권 행사 이행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결정하기로 한데는 3월로 예정된 대한항공 및 한진칼의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상 국민연금이 임원의 해임 등을 건의하는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이 필수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이날 주주권 행사를 확정하지 않았으나 결국은 3월 주총서 조양호 총수 일가의 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 상당수 수탁위원들이 주주권 행사에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내보이면서 이날 회의서도 '뜨거운 공방' 대신 비판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기내면세품 구입에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96억원의 통행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회사를 활용해 사무장 약국 등을 운영, 1천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밀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시장 개입으로 인한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도 토론회를 통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치권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