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통해 하이닉스 투자 족쇄 푼다롯데,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기업 이미지 쇄신
  • ▲ 서울 종로 SK그룹 본사(왼쪽)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각사
    ▲ 서울 종로 SK그룹 본사(왼쪽)와 잠실 롯데월드타워. ⓒ각사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SK는 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롯데는 호텔롯데를 상장시키려 한다. 이들 기업은 주주 및 투자자가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타이밍에 관련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중간지주사 전환에 관한 의지를 피력하며, 텔레콤이 하이닉스의 모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겠다고 언급했다. 

    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 상 인수합병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인수합병에 나서려면 피인수 대상기업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만 한다.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하이닉스지만 인수 희망기업들의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이로 인해 SK그룹은 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해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설정해 투자 족쇄를 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텔레콤은 하이닉스의 지분율은 현재의 20.1%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5조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박정호 사장은 텔레콤뿐만 아니라 하이닉스의 주주와 투자자가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점에 지분 매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텔레콤 입장에서는 반도체업황 둔화로 주가가 하락한 최근이 하이닉스 주식매수에 적기다. 하이닉스 주주들에게도 지배구조 개편은 주가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텔레콤이 하이닉스의 지분을 조만간 매입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텔레콤의 하이닉스 지분 매입과정에서 소요될 자금 확보방안이 정해지지 않아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방식이 결정된 이후 주가를 고려해 전환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도 수년째 답보 상태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재차 나선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정책본부 재무팀과 호텔롯데 재경팀으로 구성된 ‘상장TF’를 통해 절차를 밟아왔다.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을 낮춰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찰의 대대적 수사와 총수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 등으로 호텔롯데 상장은 차일피일 미뤄진 형국이다.

    단 신동빈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면서 롯데는 내부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상장시점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황 부회장은 “상장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이 사회의 공공재인 만큼 의지를 떠나 시장상황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중국 관광객들의 유입 숫자가 유동적인 만큼 불확실성이 많다”며 “기업공개(IPO)를 당장 진행한다고 해서 호텔롯데 주가가 시장에서 좋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래의 호텔롯데 주주들이 투자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는 만큼 상장과정을 밟는 것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 시점을 특정할 수는 없다”며 “내부적으로 상장계획이 진행 중인 만큼 주간사 선정 등 곧 구체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