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출점 감소…기존 편의점 기득권 강화 "목 좋은 곳 본사가 접촉"편의점업계, 출점 규제에 상생안 내세워 점주 모시기 경쟁 "간판 바꾸기 총력"
  • ▲ 편의점 본사 간 FA(자유계약점주)를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 본사와 맺은 5년 가맹계약이 종료되는 점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뉴데일리 DB
    ▲ 편의점 본사 간 FA(자유계약점주)를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 본사와 맺은 5년 가맹계약이 종료되는 점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뉴데일리 DB
    #서울에서 편의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김우종(48·가명) 씨는 최근 가맹계약 종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쟁사 이마트24 점포 영업사원으로부터 브랜드를 바꾸면 일시금으로 4000만원 이상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존의 브랜드 본사와 재계약을 할지, 웃돈을 받고 간판을 바꿀지 혹은 권리금을 받고 점포를 넘길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편의점 본사 간 FA(자유계약점주)를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 본사와 맺은 5년 가맹계약이 종료되는 점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18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300개에 불과했던 국내 편의점 순증 규모는 2014년 1161개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그해 1973곳의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었고 812곳이 닫았다. 본사와 맺는 가맹계약 기간은 5년이다. 점포수가 급증했던 2013년으로부터 5년 쯤이 지난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점포가 1000여 개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인해 편의점 본사는 올해 계약이 종료되는 점주들의 ‘간판 바꾸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자율규약으로 근접출점제한이 본격 시행되면서 새 점포 출점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점주들을 사로잡아 점포 수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지난달, 올 상반기 중에 적용될 가맹점 수익 증대 및 안정화를 위한 대규모 추가 상생 방안을 내놨다.

    가맹점 이익 배분율을 평균 8%포인트 높이고, 기존 1년이었던 최저수입 보조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며, 업계 최초로 매출부진 점포에 대해 폐업 시 해약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여기에 시설 잔존가 부분 지원에도 나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특히 이익 배분율 조정이 가장 주목할만한 상생안으로 꼽힌다. 기존 지원금을 이익 배분율로 단순히 변경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업계 자율 규약으로 경쟁점 출현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점포 매출을 높이는만큼 가맹점의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자율규약을 통한 신중한 출점과, 매출활성화 중심의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료 50% 지원과 폐기/발주 지원금 등으로 연간 2500억원을 지원한다. 가맹점 운영비를 절감을 위해 상생대출을 통한 대출 부담을 축소하고, 가맹점 보증보험료를 인하한다.

    더불어 GS25는 점포 운영 시스템 고도화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간접 투자함으로써 가맹점의 비용절감 및 수익성 증대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점포 내 ICT 인프라를 개선하는 한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점포별로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주 자동화 시스템 및 스마트 POS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모바일 점포 운영 시스템 등 미래형 점포 환경을 구현하는데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원 중단없는 상생안을 기본적인 목표로 가맹점주협의회와 추가 상생안에 대해 협상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생안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우선 지난해 말 점주들의 동의를 얻어 2018년도 상생안에 안심보험제도를 추가하는 방안을 이달 초부터 도입했다. 현재 대부분의 점주들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U가 새롭게 상생안으로 선보이는 안심보험제도란 점포 근무자들이 근무 중 상해를 입을 시 상해 정도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CU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여기에 CU는 가맹점주협의회로부터 추가 요청을 받아 다양한 추가 상생안을 지속 검토해 적용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도 가맹점주들과 추가 상생안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최종적인 상생안이 발표된다. 대략적으로는 2018년도 상생안에 폐기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폐기지원금 확대가 지난해 세븐일레븐의 상생안 중 점주들에게 가장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은 2018년도 이전까지 상시 20%였던 푸드류의 폐기지원금을 지난해 최대 50% 높이는 상생안을 발표해 시행 중에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다른 상생안도 가맹점주들과 협의를 통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는 최근 점포개발 담당 조직을 확대했다. 개발 부서를 1·2부로 나눴고, 전략과 지원 업무를 별도로 담당하는 임원급 자리도 신설했다. 근접 출점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신규 출점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다른 편의점 점주를 공략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신규 출점 감소는 기존 편의점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 목 좋은 곳을 선점한 편의점 점주는 FA 시장에 나가기 이전부터 본사들이 접촉해올 정도다. 최근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의 몸값이 뛴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부터 편의점이 급증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5년 계약을 새로 갱신해야 할 곳이 많다. 이를 잡기 위해 저마다 영업사원이 ‘간판 바꾸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점주들과 소통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본사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