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대법원이 염 변경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복제약) 출시의 보폭이 좁아지게 됐다.

    대법원 민사1부는 지난 17일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국내 제약사 코아팜바이오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염 변경 약물이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염은 약효를 내는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성분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염을 변경해 물질특허를 회피해 제네릭을 출시해오던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염 변경 방식으로 180여개의 약물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염 변경 약물 관련 계류사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가장 빠르게 영향을 받는 제품은 금연치료제 '챔픽스'의 제네릭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챔픽스'의 특허가 지난해 11월 만료되자 국내 제약사 30개사는 일제히 제네릭 58개 품목을 출시한 바 있다. 한미약품의 '노코틴', 종근당의 '챔클린', 대웅제약의 '챔키스정', 일동제약의 '챔탁스' 등 상위제약사들도 챔픽스가 독점해온 1000억원 규모의 국내 금연치료제 시장에 진입했다.

    챔픽스의 물질특허는 오는 2020년에 만료되나, 국내 제약사들은 챔픽스 제네릭의 조기 출시를 위해 특허심판원에 챔픽스의 염 변경 약물은 물질특허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해당 소송의 2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네릭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챔픽스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항응고제 '프라닥사', 류마티스 치료제 '젤잔즈',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염 변경 약물들이 영향을 받게 됐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예기치 못한 판결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1심과 2심에서는 국내 제약사인 코아팜바이오의 편을 들어줬던 법원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앞서 아스텔라스는 과민성방광 치료제 '베시케어정'의 특허가 끝나기 전에 코아팜바이오가 염을 변경한 '에이케어'를 출시하자,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서울중앙지법이 1심에서 코아팜바이오 승소판결을 내자, 아스텔라스는 특허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특히 중소 규모 제약사들에 미치는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제약사들은 상위 제약사와 달리 신약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 때문에 더 힘들어지게 됐다"며 "규모가 작은 제약사들에 미치는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판결로 염 변경 약물에 대한 특허권 관련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을 뿐만 아니라, 특허권이 보호됨으로써 신약 개발 의욕을 더욱 다질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신약 개발의 가장 큰 동기는 특허권 보장"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을 보호 받게 된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제네릭 난립 문제가 이번 판결로 해소될지 기대된다. 제네릭보다는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여건상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져온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출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 제네릭보다는 신약 개발 쪽에 힘을 쏟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