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현수교, 85㎞ 연결도로 '차나칼레' 프로젝트 1년 이상 단축라오스 댐 붕괴 사고 데자뷰… '무리한 공기 단축에 의한 인재' 의혹 받아와
  •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건설사가 시공 중인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의 공사기간이 단축될 예정이다.

    준공이 앞당겨 질수록 시공사는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단축될 예정인 만큼 건설현장의 피로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공사 중 한 곳인 SK건설은 앞서 발생한 '라오스 사태'가 무리한 공기 단축 때문이라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의회 의장은 최근 '1915 차나칼레 대교' 케이슨기초 공사 기념식에서 "완공 시기는 터키공화국 100주년을 기념하는 2023년으로 예정됐지만, 열심히 노력해 2022년 3월까지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3조2000억원 규모로, 터키 차나칼레 지역에 3.6㎞ 현수교 및 85㎞ 연결도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국내 건설사 SK건설과 대림산업, 터키 업체 리마크와 야프메르케지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2016년 1월 입찰에서 일본 이도추 컨소시엄을 꺾고 사업을 따냈다.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시공사에게 일정 기간 도로·교량 운영권을 줘 완공 후에도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의 민관 협력사업이다. SK건설과 대림산업은 2017년 3월 착공에 들어가 16년2개월 동안 최소 수익을 보장받으면서 운영을 맡게 된다. 때문에 완공 시점이 앞당겨 질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공기가 계획보다 지나치게 앞당겨지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당초 완공 시점은 2023년 9월이었지만 2022년 3월로 단축되면서, 18개월가량 짧아진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입찰 시 실질적 계산을 통해 계획한 공기가 변경되는 것 자체가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도로공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현장의 피로감이 높은 가운데 공기도 1년 이상 단축되는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무사고'가 중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SK건설의 경우 라오스 사태의 원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공기 단축에 대한 부담감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7월 라오스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보조댐 5개 중 1곳이 일부 유실되는 사고로 인해 담수가 대거 범람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60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시공사 SK건설의 무리한 공기 단축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서부발전 등이 제출한 자료와 SK건설의 2012년 집중경영회의 문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SK건설이 설계변경을 통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의하면 SK건설과 시행사 PNPC는 2013년 11월 최종 계약에서 공사금액은 유지하되 주요조건 합의서(HOA, 본계약 체결 전 미리 합의한 내용을 담는 문서) 체결시 유보됐던 '조기완공 인센티브 보너스'는 2017년 8월1일 이전 조기담수가 이뤄질 경우 2000만달러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댐 착공은 당초 예정보다 7개월 늦은 2013년 11월이었지만, 담수는 당초 계획대로 2017년 4월 시작됐다. 또 담수기간도 원래는 6개월이었으나 SK건설은 조기담수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4개월 만인 2017년 7월25일 담수를 완료했다. 이 역시 계획보다 2개월 단축된 것이다.

    김경협 의원은 "담수 보너스 2000만달러 수령에 집착해서 늦은 착공에도 조기에 담수를 시작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라오스 정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교량공사의 공기를 1년 이상 앞당기는 것은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일반적인 방법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SK건설의 경우 앞선 사고로 인해 부담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입찰 단계에서부터 조기 착공을 염두에 두고 공사를 진행해 라오스 사건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또 계약 당시 발주처의 관심 사항은 완공 시점이 아닌 회수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SK건설·대림산업 컨소 측은 "터키 정부와 발주처간 실시협약은 공기 66개월로 체결됐지만, 내부적으로 훨씬 빨리 할 수 있는 일정이라고 판단해 이후 EPC 계약은 45개월로 이뤄졌다"며 "사실상 '공기 단축'이라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림산업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프로젝트의 계약상 완성기한은 2021년 12월31일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