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업급여 7천억, 수급자 15만5864명… 각각 58%, 34.3% 급증'해외수주 부진-정부 SOC 투자 감소-주택경기 위축' 등 업계 불황 원인
  • ▲ 세종의 한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세종의 한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 ⓒ연합뉴스
    건설업계의 불황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직원 감소세가 가파르게 일어난 가운데 실업급여액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실업급여액은 전년보다 1조4459억원 늘어난 6조688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실업급여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에 종사하다가 실직한 사람들에게 지급한 급여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건설업 분야에 지급된 실업급여액은 전년보다 58.1% 증가한 7073억원에 달했다.

    건설업의 실업급여 수급자도 지난해 15만5864명으로, 전년보다 34.3% 증가했다. 

    이는 해외수주 부진, 정부의 SOC 투자 감소, 주택경기 위축 등 업계 불황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구조조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측은 "경기 불황 여파에 따른 비자발적 퇴사가 늘어난 점이 실업급여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투자 규모는 240조9617억원으로, 전년 251조784억원보다 4.03%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2017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 예산 중 SOC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2%(23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4.4%(19조1000억원)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공공 발주물량 부족 및 지연과 민간주택 수주 급감(-23.9%)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3분기 이후 후퇴국면을 맞닥뜨리더니 올해 중반부터는 불황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는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하강 속도로, 올해까지 불황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규수주액은 321억달러로 전년 290억달러에 비해 10.7% 증가했지만, 2014년 기록한 660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2014년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한 국제유가가 2017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도 잃어가고 있는 등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유럽 등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밑으로는 중국 등 후발업체가 가격을 앞세우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 발주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인도, 터키 등 후발업체의 부상으로 수주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기술·가격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해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 수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인 건설 노동자. ⓒ연합뉴스
    ▲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인 건설 노동자. ⓒ연합뉴스
    이처럼 국내외 건설경기 전망이 어둡다보니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 부문 직원 수는 2015년 6653명에 달했지만, 이후 만 4년 이상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인력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3년새 약 2000명이 줄었다.

    지속된 손실로 지난해 플랜트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했던 대림산업은 최근 플랜트 본부 임원 1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임헌재 플랜트사업본부장을 포함한 5명은 회사를 떠났으며 잔류한 임원들은 임금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의 임금은 3년간 동결된다. 승진도 경영정상화가 될 때까지 중단되며 보직수당 제도도 폐지된다. 또 정비를 줄이기 위해 플랜트본부 사무실 이전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플랜트 부문 정직원 1200명에 2개월간 유급휴가를 시행했으며 SK건설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정규직은 총 2만1641명으로, 2017년 3분기 2만2554명에 비해 913명 감소했다. 1년새 평균 4.05% 감소한 것이다.

    꾸준히 인력개선작업을 실시한 삼성물산이 402명 감소하면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으며 △GS건설 239명 △현대건설 125명 △대우건설 132명 △대림산업 15명 등 모두 감소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측은 "민간 주택수주 등 국내 건설수주는 2017년 대부분의 지표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전반적으로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며 "건설수주와 건설기성의 시차가 약 1년 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건설수주 감소가 올해 업황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건설 및 설비 투자 부진 지속으로 내수 경기가 불황에 진입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일용직이 많은 건설업의 경우 경기 둔화에 따라 일자리가 급감할 수 있고, 이는 고용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