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몸통-동그란 얼굴-눈코입 생김새-볼터치 등 유사
  • ▲ 해랑이(왼쪽)와 희망이.ⓒ해수부·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 해랑이(왼쪽)와 희망이.ⓒ해수부·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해양수산부와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이하 원자력센터)가 각각 개발한 홍보용 마스코트와 캐릭터가 표절 우려를 낳고 있다.

    판박이 처럼 닮다 보니 상표등록을 먼저 한 해수부도, 최근 캐릭터를 앞세워 탈원전 홍보에 나서고 있는 원자력센터도 서로 난감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상표 도용이나 유사 상표 등록을 걸러내야 할 특허청의 분류 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두 기관 사이의 논란이 될 전망이다.

    28일 해수부에 따르면 해수부 새 마스코트의 이름은 '해랑이'다. 기존 마스코트는 돌고래를 형상화한 '바다랑'이었다.
  • ▲ 해수부 마스코트 바다랑(왼쪽)과 해랑이.ⓒ해수부·뉴데일리DB
    ▲ 해수부 마스코트 바다랑(왼쪽)과 해랑이.ⓒ해수부·뉴데일리DB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몸통에 하얗고 동그란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해랑이는 '바다의 물결', '바다와 함께'란 의미의 바다 요정 캐릭터다.

    해수부는 새 마스코인 해랑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려고 지난해 12월 말 입찰을 통해 윙크하는 해랑이 등 깜찍한 표정의 인형을 제작 중이다.
  • ▲ 해랑이(왼쪽)와 희망이.ⓒ뉴데일리DB·서울대 원자력센터
    ▲ 해랑이(왼쪽)와 희망이.ⓒ뉴데일리DB·서울대 원자력센터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 해랑이를 쏙 빼닮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푸른 몸통에 동그랗고 하얀 얼굴이 해랑이와 흡사하다. 특히 모자를 쓴 변형된 이미지는 거의 판박이다.

    해당 캐릭터는 서울대 원자력센터에서 개발한 '희망이'로 확인됐다. 원자력센터는 지속 가능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 정책을 제시하는 원자력 싱크탱크를 표방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다.

    원자력 관련 대국민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희망이는 친근감 있는 이미지를 앞세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동조합이 벌이는 '탈원전 반대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운동'에 활용되고 있다.

    해랑이와 희망이가 닮아도 너무 많이 닮다 보니 정부 부처인 해수부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정부 부처 캐릭터가 마치 탈원전 반대 활동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듯한 오해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해랑이를 자주 활용하는 해수부 대변인실 직원들조차 처음 본 희망이를 해랑이와 혼동할 정도다.
  • ▲ 서울대 원자력센터가 반박자료에서 설명하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의 사례.ⓒ서울대 원자력센터
    ▲ 서울대 원자력센터가 반박자료에서 설명하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의 사례.ⓒ서울대 원자력센터

    해수부는 지난 25일 원자력센터에 문의해 희망이 캐릭터의 표절 가능성을 구두로 타진한 상태다. 원자력센터는 해수부의 문제 제기에 "(이번 주 안으로) 회의를 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센터장인 주 교수는 희망이가 해랑이와 흡사하다는 의견에 대해 "(비슷한 것은) 파란색에 얼굴이 크다는 것 정도로, 원자력센터 디자이너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표절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디자이너는) 두 캐릭터가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이유로 파란색의 색채와 눈코입 생김새, 볼 터치를 꼽았고 이는 다른 마스코트들도 의례적으로 갖는 요소라고 설명했다"며 "(희망이가) 저작권 위원회에 정식 등록된 점과 함께 카피라고 확신할 명확한 요소에 대한 정의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 ▲ 해수부.ⓒ연합뉴스
    ▲ 해수부.ⓒ연합뉴스

    해랑이는 해수부가 2016년 8월4일 상표등록을 출원해 이듬해 6월26일 등록을 마쳤다. 희망이는 지난해 12월 상표등록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캐릭터 모두 상표등록이 된 상태지만, 시기상 해랑이 등록이 앞선다.

    해수부는 특허청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릭터 등록이 빨랐으므로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등록을 받는다'는 선출원주의를 확인받기 위함이다.

    일각에선 특허청에 상표 도용이나 유사 상표 등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허청 한 관계자는 "동일·유사 상표 등록을 걸러내기 위해 항목별로 특징을 살린 '도형분류코드'를 부여한다"며 "지금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돌려 말하면 예전에는 분류체계가 엉성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 희망이 캐릭터.ⓒ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 희망이 캐릭터.ⓒ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