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호텔·여행으로' 한국은 지금 명절 트렌드 과도기

과거 전통의 불편함서 탈피 욕구 높아
호캉스·해외 여행 떠나는 사람 늘었다

임소현 기자 프로필보기 | 2019-01-29 11: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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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호텔리조트


얼마 전, 설 연휴 고향에 위치한 리조트를 예약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크기만 한 집이 적적하다고 한 부모님이 아담하고 편안한 빌라로 이사한 이후 고향에 온 가족이 잘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청소도 해주고 근처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리조트가 오히려 편하다는 말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설은 온 가족이 모여 북적북적 한 방에서 잠드는 그런 날이었다. 설 명절 당일 아침, 친척들과 우르르 놀러 나가면 어느 한 곳 문을 열지 않은 한산한 동네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까치 울음소리와 함께 골목 곳곳에는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려왔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만 해도, 명절 당일에도 영업하는 외식 매장이 늘어났다.

호텔·레저업계에는 성수기에 설 연휴가 추가됐다. 과거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야 했던 때와는 달리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호텔 시장이 확대되며 '호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글래드호텔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한 호캉스 서베이 이벤트 결과 참여자 1572명 중 98%가 호캉스를 안다고 답했다. 특히 동행자 1위는 가족이다.

설 명절을 맞은 업계는 각자 패키지와 이벤트 등을 출시하고 고객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호텔, 리조트는 물론 테마파크 등 레저시설도 설 연휴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 연휴 해외 항공권은 한달여 전부터 이미 구하기 힘들어지고 제주도 등 국내 주요 여행지 역시 설 연휴 예약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설 연휴 기간에 서울 곳곳엔 놀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텅 비었던 과거 설 연휴 서울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뿐만 아니라 호텔, 에스테틱 등 편안히 쉴 수 있는 '힐링코스'는 설 연휴 전후로 예약률이 급격하게 오른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높은 명절 노동 강도다. 전통적인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집이라면 다양한 음식을 명절 전날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명절은 며느리에게 노동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시월드', '명절 증후군' 등 관련해 부정적인 용어도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여성 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성이 감내해온 노동을 분포시키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전통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의 노동을 보상해주는 명절 후 휴가 개념의 시간을 보낸다든지, 명절에는 아예 여행을 떠나버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 호텔·여행업계의 설 연휴 실적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명절 연휴처럼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없는만큼 이를 이용해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급격하게 늘었다.

이번 설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고향으로, 호텔로 '휴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어머니 세대, 아직도 명절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명절 연휴를 즐거운 빨간 날로 느끼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전통 문화를 조금 더 실용적일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 과도기에 서 있는 한국이 건강한 명절 문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출과 노동 스트레스로 얼룩졌던 설 명절 연휴,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연휴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거에 명절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급격하게 명절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업계가 이에 발맞춰 명절 관련 마케팅을 더욱 고민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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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현 기자
  • shlim@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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