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사들, 부채비율로 인해 적극적인 선박 투자 어려운 상황우오현 SM그룹 회장, 회계기준 문제점 제기하고 개선방안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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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계가 회계기준 변경을 위해 국내 주요 회계법인과 머리를 맞대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해운재건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국내 선사들은 부채비율로 인해 적극적인 선박 투자를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선주협회는 회계기준 문제 해결을 위해 삼일회계법인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제기한 해운업계의 회계기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고 관계부처에 건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과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 용역을 준다거나 확정된 건 없다"면서 "향후 회계법인과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 재‧개정 기관인 회계기준원과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서 형태로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 적용되는 엄격한 회계 기준은 선사들의 선박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선사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 90%를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데, 이렇게 조달한 자금 모두가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사가 1000억원짜리 선박을 산다면, 자기 돈 100억~200억원에 나머지 800억~900억원을 대출 받는 셈이다. 이럴 경우 배 한 척만 구입하더라도 부채비율이 높아져 부실기업 취급을 받는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킨 건 우오현 SM그룹 회장이다. 해운업계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 우 회장은 지난 15일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박 투자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등 재무비율과 관련된 법적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

    그는 "해운업은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선박 건조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한데,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사업추진이 어렵다"며 "건설 회사들의 부채비율 개선 사례를 참조해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 투자 비용을 부채가 아닌 순자산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출 상환이 끝나면 선박을 인수해 실질자산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대출금을 부채가 아니라 자산에 넣어달라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금융위원회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관련 현황을 챙기겠다고 약속한 만큼, 문제 해결이 본격화된 것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우 회장에게 직접 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운업의 특성상 이런 회계 예외 요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1999년부터 임대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해 임대 후 분양주택에 관해 회계 처리 예외 규정을 두고, 금융리스 중 일부 요건이 충족되면 자산에서 차감하도록 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키는 등 업계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선사들은 부채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계가 협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만큼, 정부도 회계 예외 요청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