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확정 시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2위 합병… 3위 이마바리의 3배현대重 노조 “양사서 겹치는 업무 담당 임직원, 고용 문제 발생”
  •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뉴데일리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뉴데일리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조선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고용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실제 인수가 성사될 경우를 놓고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로 보다 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1위는 1만1145CGT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이다. 2위는 5844CGT의 대우조선이다.

    두 조선사의 수주잔량을 합하면 1만6989CGT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43CGT) 보다 3배 가량 많다. 4위 삼성중공업(4723CGT)과 비교하면 4배 많은 수주잔량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매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해 회복세를 탄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할 것”이라며 “또 빅2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수주 논란도 불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빅3’ 체제다. 앞서 수주절벽으로 경쟁사 보다 일감을 더 따내기 위해 헐값에 계약해 논란이 됐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빅2’로의 재편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국내 조선시황과 중국과의 경쟁, 우리나라의 산업 진로 등을 고려하면 빅3 보다 빅2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또한 방산 분야에서 큰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조선사의 합병으로 방산 부문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그동안 방산 분야는 두 조선사가 장악해왔는데, 이제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기는 눈치다. 경쟁사 중 한 곳이 줄어 수요 공급 측면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또 수주시장에서 세 조선사가 입찰하는 것보다 두 곳이 할 경우 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인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고용과 관련된 불안감 탓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당초 이날 ‘임금단결협상’과 관련된 찬반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일정을 연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겹치는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한다”며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다른 조선사를 인수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그간 수주절벽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시행해왔다. 그런데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니 임직원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 인수하는 것은 조선업 전체로 봤을 때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도 아직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 문턱에 거의 다 왔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조선의 민영화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