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6개사 평균 영업익 7275억, 전년比 54% 증가… 주택호황-해외사업 개선건설수주 침체구간 진입, 수주액 감소 '속출'… "분양리스크·해외부진 상존" 실적 감소 전망
  • ▲ '2018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부스를 마련해 운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 '2018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부스를 마련해 운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 호황과 해외 현안프로젝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결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모처럼 미소를 띠게 됐다.

    하지만 올해는 건설수주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수주잔액이 감소하고 있어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 대형건설 6개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은 7275억원으로, 전년 4712억원보다 54.4% 증가했다. 지난해 분할 이슈로 전년 실적과 직접 비교가 어려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6개사 가운데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2060억원으로, 전년 468억원보다 340% 늘었다.

    2017년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펼치면서 확보한 양질의 프로젝트의 매출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돼 화공 부문의 이익이 개선됐고 비화공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지속되면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GS건설이 1조648억원을 기록, 전년 3186억원보다 234% 증가하면서 뒤를 이었다. 6개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GS건설 입장에서도 창사 이래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주택 부문 호황이 지속된 가운데 실적 악화의 주범이던 플랜트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이 2017년 마이너스(-)10.0%에서 지난해 10.6%로 반등한 결과다. 

    실제로 GS건설은 2013년부터 5년간 플랜트 부문에서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한 영향으로 이 기간 1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누적한 바 있다.

    대림산업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5458억원보다 56.2% 증가한 8525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중 건설사업부에서만 76.3% 증가한 5071억원을 달성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대림산업 측은 "주택사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원가율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확보의 원천이 됐다"며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건설사업부의 고른 실적 개선과 석유화학사업부의 안정적인 이익 기여로 전년보다 3.4%p 증가한 7.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도 전년보다 각각 54.3%, 46.6% 증가한 7730억원, 6287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 흐름에 동참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며 삼성물산도 2015년 합병 이후 2017년에 이어 지난해도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지난해 해외 대형공사가 공정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등 매분기 악화일로를 걸었던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4.8% 감소하면서 8400억원에 그쳤다.

    업계 불황 속에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면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현대건설
    ▲ 자료사진. 현대건설이 준공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현대건설
    하지만 주택 부문의 신규수주 감소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규제와 공급 부담으로 분양·입주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공공 부문 예산축소에 따른 관급공사 발주감소 등 수주환경이 저하되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13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화 정책, 가계부채 억제책, 금리인상 등에 따라 민간 건축 부문의 부진이 심각한 만큼 긍정적인 외부 충격이 없다면 올해까지 건설수주가 위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수주는 건축허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2017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정점을 지나 침체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3분기까지 177조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5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2000년 이후 건설수주와 건설투자의 시차가 2~6분기 수준임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선행지표인 주택인허가 물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수주실적도 지난해에 이어 감소할 것"이라며 "민간 주거용 시장의 수주 축소,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에 따른 비주거용 투자 감소, SOC예산 감소 등으로 올해 건설투자 감소 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 집계 결과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014년 6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5년 461억달러 △2016년 281억달러 △2017년 290억달러 △2018년 321억달러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유럽 등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밑으로는 중국 등 후발업체가 가격을 앞세워 치고 올라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인도, 터키 등 후발업체의 부상으로 기술과 가격 분야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수주경쟁이 한 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수주액도 지난해 수준인 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인해 건설사의 '먹거리' 감소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외형 축소와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7년 6개사의 총 수주잔액은 203조9830억원으로, 전년 211조1390억원보다 3.39% 감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6개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전년 11조6980억원보다 1.60% 감소한 11조5104억원에 그쳤다.

    6개사 가운데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대림산업이다. 지난해 매출 10조9860억원으로, 전년 12조3355억원보다 10.9% 감소했다. 이어 대우건설이 9.87% 감소한 10조6055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ENG와 현대건설이 각각 1.02%, 0.92% 줄어든 5조4798억원, 16조730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GS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12.5%, 1.13% 증가한 13조1415억원, 12조119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도 수주잔액이 감소한 건설사가 속출하면서 향후 외형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포함된 지난해 연결 기준 수주잔액은 55조8060억원으로, 전년 70조6090억원보다 21.0% 감소했다. 대림산업도 이 기간 15.2% 감소하면서 21조8280억원에 그쳤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분양물량 감소로 국내 주택 부문의 외형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분양리스크 증가에 따른 관리비용 상승과 지속되는 해외 수익성 부진으로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해외건설과 국내 토목 부문의 신규수주 증가가 기대되지만, 외형 축소를 반전시키는 수준의 실적 달성에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