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컨테이너선 12척 인도, 선복량 2배 껑충에코 경쟁력 선행해 원가·유류비 등 절감 기대
  • 현대상선의 13,1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드림'호. ⓒ현대상선
    ▲ 현대상선의 13,100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드림'호. ⓒ현대상선
    "새 배를 빨리 인도받아서,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다"

    해외 법인에서 근무 중인 현대상선 한 직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2020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만 투입된다면,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해서다.

    세계적인 업황 부진으로 적자가 쌓여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를 비롯한 해외법인 직원들 모두가 1년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것.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 컨테이너선 12척이 순차적으로 투입되는 2020년 상반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완성되면 현재 40만TEU인 선복량은 내년 상반기에 80만TEU까지 확대된다.

    현대상선은 올해를 재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가 내년부터 황산화물 규제를 시행하는 만큼, 현대상선의 에코 컨테이너선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창근 사장도 지난해 12월 열린 '2019년 영업전략회의'에서 "2020년에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시작되면 현대상선에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며 "2019년 한 해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의 자신감은 허황된 것이 아니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고정비 원가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스크러버 장착으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선사들은 2020년부터 IMO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벙커C유 보다 비싼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사들이 스크러버 장착을 택했다.

    현대상선 역시 내년 2분기부터 인도되는 2만3000TEU급 선박 12척과 1만5000TEU급 선박 8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설치하는 레디형 스크러버는 개방형 스크러버이면서 폐쇄형 스크러버로도 교체가 가능하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해양오염을 우려해 자국의 해역에서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현대상선의 경우 개방형 스크러버 사용 금지구역에서 폐쇄형 스크러버로 교체가 가능하다.

    스크러버 설치는 운임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대부분 선사들은 IMO 환경규제로 인해 화주에게 유류할증료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에 새로 인도되는 선박들은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다른 선사들보다 할증료를 덜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유류비가 절감되는 것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도 다른 선사들에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주가 선사를 선택할 때 서비스와 품질, 운임을 놓고 저울질 하는데 운임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상선의 준비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월 공동운영 방식으로 부산항 신항 4부두 운영권을 되찾았다. 이에 따라 내년 2분기 인도 예정인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안정적 기항을 위한 선석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처럼 상황이 현대상선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다른 나라에서도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의 조선 및 해운 지원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한 데 이어 EU도 동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신규 선박이 발주되면 국제 해운 운임과 선박 가격에 영향을 주고, 결국엔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분쟁대응단을 꾸리고 일본의 주장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에는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기반을 잘 닦아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