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전력-도시' 등 인프라 공급 핵심 역할 기대폐쇄성 등 돌발변수 우려 여전… '정부-업계' 공조 절실
  • ▲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애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애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서 건설업계에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협상 결과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아직 정상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감 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의회 신년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달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에 이어 8개월 만의 만남이다. 2차 회담 일정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남북철도와 도로 사업 추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 기대감이 1차 회담 때보다 한층 더 높아진 분위기다. 1차 당시 관계 정상화, 비핵화 노력에 합의하는 등 결과가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2차 회담은 보다 진전된 성과가 도출되지 않겠냐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스몰딜이든, 빅딜이든 딜이 이뤄지면 최소한 민자를 제외한 건설사업은 추진이 가능하다"며 "단순한 북한 시장 개방이 아니라 북한을 통한 동북아 및 중앙아시아 시장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는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핵화의 진전으로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완화될 경우 북한 경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교통, 산업, 전력, 도시 등의 인프라 공급 핵심 역할을 건설산업이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는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해주항 확장 △백두산 관광지구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남북철도 사업비는 동해선 104㎞, 경의선 11.8㎞ 등 남측 총 공사비용만 2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더 많은 경제 효과를 가져다 줄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핵 사찰을 받아들이고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중단된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금강산 관광, 남북 철도 연결, 문화인도적 교류 등이 동시에 진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북미 정상이 최소 두 번은 대면하고 의견을 나눠는 '1박2일' 일정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양측이 회담 일정을 1박2일로 합의한 것은 그만큼 성과를 내겠다는 협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번 회담은 양측이 실무협의를 오래 계속해 온 점에 비추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장착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 ▲ 자료사진. 세종시에 건설 중인 건축물과 공사장의 타워크레인들.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세종시에 건설 중인 건축물과 공사장의 타워크레인들. ⓒ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은 우선 대북 사업을 위해 꾸린 TF팀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북한 경수로 사업'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건설' 등을 진행한 현대건설은 최근 남북경협지원단을 본격 출범시켰다. 현재 상근 및 비상근 합쳐 조직 인원은 10여명으로 꾸려진 상태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남북 경협 TF를 꾸릴 때도 관련 조직을 구성하지 않았다. 남북 경협에 잔뼈가 굵은 실무 인력들이 많은 만큼 굳이 별도의 조직이 없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현대건설도 관련 사업에 영역 확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조직을 꾸린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지원단은 아직 조사업무 등에 집중하는 초기 단계"라면서도 "이후 경협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도로 및 철도 구축 등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그룹 시절 남북 사업을 추진해 최초로 북한 투자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대우건설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 남북 경협 관련 TF를 북방사업지원팀으로 신설하고 면밀한 사업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들은 전략기획본부 산하로 신설됐다.

    과거 철도·도로·경수로 사업 경험을 살려 남북 철도 연결, 통신사업, 관광 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감대 건설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의 업무는 건설사업 중심으로 경협 관련 전사 컨트롤타워로서 북방 사업 추진 전략 수립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 입수, 북방 사업 지원 및 대외협력 등이다.

    대북 사업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본격적인 대북사업 부서를 꾸리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이 같은 움직임이 뒤따를 전망이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한화건설, 삼성물산 등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대북사업 준비를 위한 TF 구성을 완료했으며 대한건설협회도 기존 건설통일포럼을 확대해 50여개 건설사가 참여하는 한반도포럼을 꾸린 바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남북 경협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일단 회담 결과와 현황을 파악하면서 향후 TF 조직 인원과 사업영업 확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도로·철도 등 교통 분야와 발전시설, 경제특구 등 남북 협력 사업은 무궁무진하다"며 "대북제재 해제 속도 등에 발맞춰 협력 가능한 사업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 ▲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 경기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다만 건설사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변수가 있다. 정치적 변수가 많은 만큼 과거 사례와 같이 언제든 훈풍이 삭풍으로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북미회담으로 긍정적인 이슈가 생산되고 있지만, 북한은 왕조(독재자) 국가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며 "정치적 불안요소가 항상 함께하고 있는 것이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2000년대 초중반 남북의 분위기는 당장이라도 좋아질 것처럼 흘러갔지만, 결국은 금강산 피살사건 이후 흐지부지됐다"며 "남북 경협은 우리 정부와 국제 사회의 행보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폐쇄성도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분단 이후 개별 기업이 북한의 실제적 경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과거 금강산 개발사업, 개성공단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취합해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추상적인 것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돌발 변수 등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실제 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지난해 정상회담 직후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측 도로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사가 국가정보원도 아니고 대북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TF를 구성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북한의 실제 모습이 반영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북한과의 경협이 어떤 방향성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가령 철도 관련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유라시아철도가 될 것인지, 중국을 통할 것인지 혹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마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건설사들이 지난해 각각 TF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분위기만 탐색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정연이 펴낸 '남북한 인프라 건설협력사업 추진전략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주택 인프라는 보급률, 평균 주택 규모, 상하수도 등 주거 인프라 수준이 남한의 1990년대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통 인프라의 경우 철도는 중·북부 내륙이 산악지형인데다 1990년대 이후 경제난으로 노후했고 도로는 포장률이 10% 정도로 제 기능이 어려운 실정이다. 항만은 해상교육의 불안정성, 경제 제재 등으로 개발·유지·관리가 힘들고 평양의 순안공항을 제외하고는 노후화돼 있거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는 석유 대신 석탄 소비 비중이 높으며 2016년 기준 발전설비용량은 766만㎾로, 남한 1억587만㎾의 7.2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홍성진 건정연 책임연구원은 "북한 인프라 시설물의 평균 유지관리 수준은 25.8%로 매우 불량한 수준"이라며 "전력 및 통신 등 생활기반 인프라 유지·관리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속가능한 남북 인프라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업계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자본 및 국제 사회 투자 재원 마련과 법제 정비, 지자체는 인프라 협력사업 모델 개발, 건설업계는 건설협력사업의 주도적 참여로 남북 평화체제 유지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