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용인, 청주, 천안, 구미 등 SK하이닉스 '러브콜'중소협력업체 동반입주 등 일자리 수만 개 창출 기대감에 '너도 나도'
  • SK하이닉스와 중소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를 잡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전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 경기 용인,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5개시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구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지역의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적지는 물론 향후 지원 계획까지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중소 협력업체 50여곳과 동반 입주하는 형태로 정부가 향후 10년간 120조원 규모를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물론 부품, 소재, 장비업체까지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 차원에서 요청하면서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예상 부지면적만 330만㎡에 달하며 1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와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까지 입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해당 지자체들은 각급 의회를 통해 유치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양보 없는 치열한 한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이점이 가장 높은 용인시는 반도체특화 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용인시는 지난달 유치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최적의 입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천시 역시 유치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이천시는 SK하이닉스 본사와 M14 공장이 들어서 있어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및 부지 무상 제공 등을 제시하며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11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구미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며 수도권 공장 총량제 준수를 촉구했다.

    도의회는 결의안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와 대기업들의 수도권 투자 집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의 임직원들이 수도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빈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면서까지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조성하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정부가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공장 부지 10년간 무상임대와 특별지원금 지원, 직원 이전비와 정착지원금 지급 등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마련해 SK하이닉스 측에 제시했다.

    충남 천안시는 국립축산과학원이 전남 함평으로 이전하고 남은 419만㎡(약 127만평) 부지에 SK하이닉스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남도와 민주당 충남도당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지역은 천안·아산이 적격"이라며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일자리가 최소 수만 개 창출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작년 10월 완공한 청주 M15 공장의 경우 2023년까지 21만8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1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력업체들의 법인세,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지역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을 무시하고 정치적 논리로 프로젝트가 강행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천문학적 비용과 수십년 미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저히 기업의 전략에 따라 결정돼야할 사안이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정부의 입김으로 정해질 경우 자칫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