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해야만 하는 1위·격차 좁혀야만 하는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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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샘

    국내 가구업계의 1,2위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지난해 경기불황과 부정 이슈로 인해 '반토막' 영업이익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샘과, 현대H&S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현대리바트는 가구부문 매출 신장으로 한샘과의 격차 좁히기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올해 업계 1위를 둔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928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3억원으로 58.5%나 감소했다.

    한샘은 지난 2017년 창사 47년만에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 경기 불황과 부정 이슈가 이어지며 다시 매출 1조원대로 밀려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 거래량은 85만6000건으로 전년 94만7000건 대비 9.6%, 5년 평균 101만건 대비 15.2%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의 영향이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세력 및 주택가격 현실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매매가 얼어붙었고, 이사 수요가 줄면서 한샘의 주력 상품인 리하우스, 키친 등의 제품 판매도 멈춰섰다.

    이와 반면 현대리바트는 매출 1조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현대리바트의 매출은 1조3517억336만원으로, 전년(8898억3095만원)과 비교해 51.9% 상승했다. 가장 큰 요인은 현대 H&S 흡수합병의 영향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91억8701만원으로, 전년비 2.9% 감소하긴 했지만 한샘과의 차이는 100억원 아래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산업경기악화로 기업체의 발주가 지연되며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면서도 "현대H&S 합병 효과 외에도 리바트 가구부문 매출이 지난해 보다 6.2%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샘은 국내 가구업계에서 타 업체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린 독보적 1위 업체였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가구·인테리어 사업 강화를 목표로 현대리바트와 건자재 계열사 현대H&S를 합병했다.

    이에 따라 현대리바트는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몸집 불리기에 성공, 한샘 추격에 나섰다. 여기에 경기 불황, 한샘이 휘말린 부정적인 논란이 더해지면서 한샘의 성장세가 꺾여 양 업체의 격차는 더욱 좁혀지게 됐다.

    특히 현대리바트는 합병 효과 외에도 가구 부문 실적이 성장세를 띠고 있고, 한샘과의 격차를 더 좁히기 위한 공격적인 사업 강화에 착수한 상황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올해도 리바트 키친을 비롯한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사업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샘에게 올해 실적 반등은 간절하다. 한샘은 지난 4분기 주력 사업인 리모델링 사업이 상승 조짐을 보인 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4분기, 리모델링 패키지 판매 건수가 직전 분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샘은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집중 육성해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샘은 기존 리모델링 제휴점의 대리점 전환을 본격화해 시공품질과 서비스 만족도를 더욱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20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은 2020년까지 50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2018년의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며 “2019년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리하우스 패키지’가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돌입하며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샘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 매매거래량 감소가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샘은 "주택매매거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모델링 패키지 사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소득 수준이 향상으로 주거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고 리모델링 시기가 도래한 노후 주택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2017년 28조4000억원에서 2020년 41조5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또 한샘은 올 봄 수도권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점도 가정용 가구 매출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에서 5만7507세대가 입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지난해 기준 한샘의 가정용 가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구업계 1위 자리를 둔 한샘과 현대리바트의 올해 격전지는 '리모델링' 시장이다. 한샘에 비해 B2C 영업망이 부족한 현대리바트가 B2C 영업망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현대리바트는 기존에는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WSI)’ 전시장 확대 등 B2C 영업망 늘리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 윌리엄스 소노마 목동점 전경. ⓒ현대리바트
    ▲ 윌리엄스 소노마 목동점 전경. ⓒ현대리바트
    뿐만 아니라 현대리바트는 그룹 차원에서 종합 건자재 기업인 현대L&C를 인수한 데 이어,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세계 유명 세라믹 제조사와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토탈 인테리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세라믹타일 가공 및 유통사업을 통해 ‘주요 원자재 생산·직소싱-가구 제조-설치·시공’이 가능한 ‘일관 생산체제’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다.

    양희창 현대리바트 건설사업부장은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매년 20% 이상의 고신장세와 함께 고급화 바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프리미엄 친환경 소재인 세라믹타일을 활용해 B2C 가구 시장뿐 아니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인테리어 마감재 등 고급 B2B 시장 공략도 동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부엌가구 브랜드 ‘리바트 키친’의 프리미엄급 제품과 리바트 식탁 상판에 ‘플로림 세라믹타일’을 적용하는 등 B2C사업 강화를 위한 품질 고급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향후 현대L&C가 보유한 B2B 건자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급빌딩과 아파트 인테리어용 세라믹타일 시장 선점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세라믹타일 사업 부문에서 누적 매출 5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한샘과 현대리바트 각 사에게 올해는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독보적 1위였던 한샘은 그간 각종 요인으로 인한 실적부진을 만회해야만 하고, 현대리바트는 무조건 격차 좁히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1위가 뒤바뀌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