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게 검증하되 조건 충족하면 면허 발급 분위기전문가 "적정 항공사 수 아무도 몰라… 문호 열고 경쟁시켜야"
  • ▲ 인파로 붐비는 공항.ⓒ연합뉴스
    ▲ 인파로 붐비는 공항.ⓒ연합뉴스
    저비용항공사(LCC) 신규 면허 발급에 신중한 태도였던 국토교통부에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1~2곳 신규 면허 발급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전문가는 안전 등의 규제는 깐깐하게 하되 일정 요건을 갖췄다면 시장 진입 문호는 열어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잖다.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제운송사업자 면허를 신청한 5개 항공사에 대해 막바지 심사를 벌이고 있다. LCC 면허 발급을 신청한 항공사는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강원, 충북 청주 기반의 에어로케이, 인천 기점인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두고 소형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에어필립 등 4곳이다. 청주 거점의 가디언스는 화물사업을 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심사 과정은 오리무중이다. 한 심사 관계자는 "첨예한 사안이라 일정은 물론 심사와 관련한 내용은 보안각서를 쓰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알려진 바로는 국토부는 지난달 말 신청 항공사로부터 2차 추가 보완서류를 받아 현미경 심사를 벌이고 있다. 자본금과 인력, 서비스 등의 준비 상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토부는 신규 LCC 면허 발급에 사실상 유보적인 태도였다. 내부적으로 LCC 항공수요에 거품이 있다는 견해가 만만찮았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항공수요가 급증했으나 국제선 노선이 동남아와 중국, 일본에 편중돼 근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 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새 LCC 심사기준을 마련한 후로 기류 변화가 엿보인다. 자본금과 항공기 보유 대수 등의 기본 요건을 강화하고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재무성 검증을 통해 안전, 재무능력, 전문인력 확보, 노선의 사업성 등을 깐깐하게 따지되, 기준을 충족하면 면허를 내주는 식의 변화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면허 불허를 전제로 떨어뜨리기 위해 유례없이 꼼꼼한 심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면허 발급에 문제가 없는지 심사숙고하기 위한 접근일 뿐, 이미 결론을 내놓고 심사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심사가 단순 요식행위는 아니냐는 질문엔 "시장이 포화여서 면허 발급이 안 된다면 굳이 새 심사기준을 공들여 마련하고 심사계획을 발표했겠느냐"며 "새 심사기준은 형식적으로 만든 게 아니다. 상세하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토부가 면허를 내줄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 이륙하는 항공기.ⓒ연합뉴스
    ▲ 이륙하는 항공기.ⓒ연합뉴스
    항공전문가는 정부가 신규 항공사의 진입은 허용하고 대신 안전 등의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내 경쟁을 통해 인수·합병(M&A)이나 도태가 일어나 옥석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정부가 안전은 규제해야 한다"면서 "다만 LCC 시장 규모에 따른 최적의 항공사 수는 아무도 모르므로 시장에 어떤 플레이어가 들어와 경쟁할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미국 등에선 (시장 진입 후) 망하는 회사가 생기면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사례가 흔하다. 시장은 요동치겠지만, 피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노건수 한서대 교수는 "앞으로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가 시작된다"며 "유럽은 항공 협정을 통해 이미 어디든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항공자유화는 국제 항공편을 개설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항공사가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게 하는 협정을 말한다. 노 교수는 "대만만 해도 LCC가 8개나 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규 진입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LCC 신규 면허 발급이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된다"고 덧붙였다.

    이영혁 항공대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LCC 시장이 변화무쌍하게 성장하고 이후 경쟁력을 잃은 항공사가 도태되면 5~6개 LCC가 살아남는 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거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신규 면허 발급의 타당성은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당분간 LCC 시장은 커질 것이고 몇 개의 항공사가 추가로 나와도 당분간 사업할 만한 시간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전엔 LCC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항공기 보유 대수가 30대는 돼야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최소 50대는 돼야 한다고 본다"며 "10년 뒤에는 경쟁력 없는 항공사는 도태될 거다. 이때 (정부가) 일부러 살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재편될 것이다. 10개 이상의 LCC가 경쟁하는 시장은 아닐 거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LCC를 준비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번에 신규 면허가 발급되면 앞으로 비슷한 조건의 항공사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면서도 "우리 시장은 몇 개의 LCC가 적정하다고 (정부가) 사전에 재단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진입여건에 구애받지 말고 면허를 내주고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 ▲ LCC 경쟁사.ⓒ연합뉴스
    ▲ LCC 경쟁사.ⓒ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 최종 판단은 청와대에서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야당 한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께 발표가 있을 거라는 등 여러 설이 돌고 있지만, 현재로선 확인된 게 없다"면서 "다만 국토부는 중간에 개각으로 장관이 바뀌어도 발표한 로드맵대로 다음 달까지는 면허 발급 여부를 마무리 짓는다는 태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로드맵을 지키는 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민간업체의 경우 정부 정책결정이 늦어질수록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므로 개각 등을 이유로 결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종적인 판단은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항공업계와 지역 일각에서 충북 청주 출신의 노영민 비서실장을 들어 특정 항공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