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협회 회장사 마크로젠 선정 두고 '특혜' 의혹까지… 업계 '부글부글'규제 샌드박스 제도 모순 때문… 업계 전체적으로 규제 완화 수혜 주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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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로젠 로고 ⓒ마크로젠

    "유전체분석 업계를 다 죽여놓고 이제 와서... 현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벤트 말고 근본적으로 바이오 산업을 살릴 고민을 해야죠."

    한 유전체분석 업체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DTC 유전자검사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이 같이 일침을 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에서 마크로젠이 신청한 DTC 유전자검사를 허용했다.

    그러나 정작 유전체분석 업체들은 이번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마크로젠이 선정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마크로젠만 DTC 유전자검사 항목이 기존 12개에서 25개로 확대되는 것은 오히려 특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DTC 유전자검사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선정됨으로써 마크로젠을 제외한 업체들은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DTC 유전자검사란 소비자가 민간업체에 직접 의뢰하는(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다. 일본과 중국은 별도의 DTC 유전자검사 규제 없이 각각 약 360개, 약 300개 항목에 대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항목이 12개로 제한돼 있어 기술력이 있어도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를 지난 2015년 7월 출범했다. 해당 협의회에는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19개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규제 개선을 위해 활동해왔다.

    특히 유전체기업협의회는 보건복지부와 웰니스 분야의 DTC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산업부가 규제샌드박스로 관련 사업을 선정하면서 업계 혼란을 야기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부처인 복지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다. 업계 입장에서는 마크로젠에 힘 실어주다 뒷통수 맞은 격이다.

    공교롭게도 마크로젠이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사라는 점 역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한국바이오협회에 유전체분석 업체들의 항의 전화도 수차례 왔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회장사 지위를 남용해 샌드박스 사업에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바이오 기업들을 대변하고, 유전체 기업들의 공익을 이끌어야 할 회장사 자리에서 '더티 플레이(dirty play)'를 하는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한국바이오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회장사를 위해 나선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이어 "협회에선 오히려 회장사인 마크로젠이 선정돼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는 마크로젠뿐 아니라 테라젠이텍스, 메디젠휴먼케어, 디엔에이링크 등 4개사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업체가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선정됐더라도 업계의 비방을 온전히 피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실증 특례' 및 '임시허가'를 통해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처럼 기업들이 신사업 추진 속도를 앞당기도록 도입됐다.

    해당 제도는 업계 전체의 규제 완화가 아닌 특정 업체의 규제만 완화하기 때문에 선정되지 않은 업체들은 역차별을 받게 되는 구조를 야기한다.

    규제 샌드박스라는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보다는 협회를 통해 업계 전체에 골고루 혜택을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