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지 공시지가 9% 상승… 고가 토지, 보유세 타격 불가피'자체사업' 비중 높은 건설사, 보유세 증가 따른 비용 반영 부담도
  • 서울 삼성동 일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삼성동 일대 전경. ⓒ연합뉴스
    건설업계가 국내외 수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먹거리를 해결해 준 주택도 정부의 잇단 규제 앞에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공시지가도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세금 부담 압박까지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체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추가 비용 반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표준지 50만필지의 올해 공지지가 변동률은 9.42%로, 지난해 6.02%보다 3.40%p 상승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2008년 9.63%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3.8%로 가장 크게 올랐으며 광주(10.7%), 부산(10.2%) 등 지방도 10% 이상 증가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약 3309만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과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고가의 토지나 건물 보유자의 세 부담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상위 10개필지 모두 지난해보다 보유세가 50%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표준지 공시지가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영진 의원이 전날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에 대한 지자체의 의견청취 접수는 1만1482건으로, 지난해 3386건과 비교해 3.39배 늘었다. 토지 소유자가 한국감정원을 통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에 직접 이의 신청을 제기한 3138건과 비교해도 3.65배 많다.

    2014년부터 최근 5년간 표준지 공시지가에 대한 지자체의 의견 접수가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중 95.9%가 '하향' 요구였다. 대부분 세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임대료 인상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작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도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인의 경우 개인보다 보유 토지 규모가 크고 대부분 입지가 우수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지가 상승은 고가 부동산과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집중됐고 99.6%의 대다수 일반토지에 대해서는 변동률이 높지 않아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직접 토지를 매입해 분양하는 자체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보유세 증가가 일부 비용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세 부담은 대형사보다 중견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의 경우 대부분 포트폴리오가 토목·플랜트 등의 비중도 높은 데다 주택사업도 도급사업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지가 인상으로 주택거래량이 축소될 수 있겠지만 시공을 하는 건설사 실적이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치호 연구원은 "대부분의 건설사는 직접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건축물의 시공만을 담당하는 도급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토지 보유에 따른 세 부담 증가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견사는 주택경기 위축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체사업을 위한 토지 보유에 따른 세 부담까지 안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앞서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주택경기가 하강국면한 가운데 지방사업 비중이 크고 주택 의존도가 높은 중견사의 경우 수익성 저하가 큰 폭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견사들은 보유한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업 계획을 변경해 토지 보유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 등 도심 지역이 아닌 곳의 토지는 처분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계획 또한 기존 수용방식에서 환지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토지 보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견사의 경우 세 부담 외에도 향후 자체사업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높아진 땅값 만큼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분양시장이 녹록치 않아서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포트폴리오가 자체사업 중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다보니 분양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주택경기가 침체국면에 있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