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매각대금 8000억 콘텐츠 집중 투자'한국판 월트디즈니' 꿈꾸는 CJ ENM 주목
  • ▲ 이재현 CJ그룹 회장. ⓒCJ
    ▲ 이재현 CJ그룹 회장. ⓒCJ
    CJ그룹이 CJ헬로 매각자금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밑그림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CJ헬로 지분 53.9% 중 50%를 LG유플러스에 8000억원에 매각하고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방송 플랫폼을 포기하는 대신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사실 CJ ENM에게 과거 CJ헬로는 콘텐츠 확대를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IPTV 등장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CJ헬로와의 시너지도 줄어들었다. 결국 2015년부터 매각 의사를 나타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SK텔레콤과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이번에 4년 만에 CJ헬로를 떼어내면서 CJ의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CJ는 그동안 CJ헬로를 매각할지, 아니면 키울지를 놓고 저울질을 계속해 왔다. 이 때문에 회사 직원들의 혼란은 가중됐고,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CJ가 이번 매각자금으로 글로벌 1등 콘텐츠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CJ EN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이번 매각 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서도 CJ의 콘텐츠 욕심을 엿볼 수 있다.

    CJ ENM은 매각 발표 이후 "방송통신시장의 트렌드가 인수합병(M&A)를 통해 대형화하고 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플랫폼 강화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지향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M&A를 통한 콘텐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오티티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올해 전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21세기폭스를 78조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하면서, 영화 스튜디오와 20개 채널을 확보한 바 있다.

    이재현 회장이 CJ ENM에 기대하는 건 '한국판 월트디즈니'다. 이 회장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CJ오쇼핑과 CJ E&M을 CJ ENM으로 합병하고 콘텐츠사업 강화를 통한 미디어 커머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J의 특기인 M&A 추진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인수 대상 기업으로는 영화 '신과함께' 제작사인 덱스터가 거론되고 있지만, CJ ENM 측은 이에 대해 "인수보다는 재무적 투자 및 전략적 합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나 유럽 콘텐츠 기업 인수도 가능하다. 지난해 CJ ENM은 동유럽 최대 홈쇼핑기업인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에 나섰지만 마지막에 무산됐다. 12월에는 스웨덴 방송저작권 배급사인 에코라이츠를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 매각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며 "현재 미디어 분야에서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보다 더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지난해 CJ오쇼핑과의 합병 효과로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J ENM은 한국채택국제회계(K-IFRS)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4조3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 늘어난 3150억원을 기록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적은 CJ헬로 매각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디지털광고와 콘텐츠가 통상 실적 대비 높은 주가 수준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CJ그룹은 1년 반만에 남산 사옥으로 복귀한다. CJ 지주사는 서울 중구 소월로 남산 사옥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18일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남산 사옥에는 일단 CJ 지주사만 입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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