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요예측… 최대 3000억 발행 예정여전한 해외 부실 가능성 및 수주 부진 우려의 시선도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사옥. ⓒ현대건설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사옥.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올해 건설업계 '마수걸이' 발행인 만큼 시장 관심이 적지 않다.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해외 부문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해외수주 감소로 반전을 도모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6일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19일 진행하는 공모채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렌치는 3·5·7년물 각각 700억원, 1000억원, 300억원이다.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대표 주관을 맡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회사채 만기 자금 마련을 위해 차환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SB(Straight Bond, 일반 회사채)가 18일 만기 돌아올 예정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경우 매년 한 차례 이상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7년물 발행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2월에는 3년물과 5년물만 발행했다.

    업계에서는 투자 수요가 몰리는 단기물이 아닌 5년과 7년물 조달에 집중한 것을 두고 현대건설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AA-(안정적)'로 우량해 발행액을 넘는 수요예측에서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단 채권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연초 풍부한 시장 수요에 힘입어 공모채 시장을 찾은 발행사들이 오버부킹에 성공하고 있다. 특히 AA급 이상 우량 발행사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기관 자금이 쏠리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지난달 6조328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2012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월 평균 발행액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낸 매수주문 물량은 17조2550억원에 달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이다. 평균 청약경쟁률도 사상 최고치인 4.34대 1을 기록할 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모든 업체가 미매각 없이 오버부킹을 기록했고, 대부분 증액을 결정했다"며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호기인 만큼 발행시장 훈풍은 2월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건설 역시 우량 신용도를 감안했을 때 무난하게 투자수요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건설은 물론 국내 주택사업, 토목, 플랜트, 전력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점 등에 힘입어 업계 최상위 신용도를 2009년 9월 이후 1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또 2016년부터 순현금 기조를 유지하는 등 재무안정성도 탄탄하다.

  • 쿠웨이트 쉐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공사 현장. ⓒ현대건설
    ▲ 쿠웨이트 쉐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공사 현장. ⓒ현대건설

    다만 주춤했던 지난해 영업 성적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4조4663억원, 영업이익 1627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4조2964억원에 비해 3.9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946억원에서 16.3% 감소했다.

    이는 공정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외 현안 프로젝트에서 추가 원가 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쉐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공사와 UAE 사브 해상 원유 및 가스처리시설공사에서 각각 600억원, 200억원의 비용 인식이 있었다.

    A투자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이들 프로젝트의 실적 부진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언급된 바 있어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연간 실적 역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호한 수익성으로 연결 실적을 견인해 온 종속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주요 매출 현장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 에탄크래커 생산 프로젝트 준공에 따라 일시적으로 해외 원가율이 상승했다.

    연간 매출액 16조원도 2015년 19조원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2014년 8291억원 이후 최저치 8399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도 해외 부진 탈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해외 부문의 경우 최근 수주 및 착공 실적이 부진해 외형 둔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실적 개선의 모멘텀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원가율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또 다른 현안 프로젝트인 카타르 루사일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경우 잔여 공사 진행으로 연말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은 클레임을 제기해놓은 상황이지만, 향후 추가원가 발생 가능성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5번 패키지, 알제리 복합화력 발전(아인아르낫, 지젤, 비스크라) 등 다수의 프로젝트 역시 연내 공정 막바지에 도달해 예정원가 조정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여기에 지난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라크 유정물공급시설(CSSP, 26억달러)과 알제리 오마쉐 복합화력발전소(7억달러) 등 대형 수주가 올해로 지연됐다.

    현대ENG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4.5조원, SK건설 컨소시엄)의 수주 인식도 올해로 이연되면서 2018년 연결 기준 해외수주는 연간 목표치 23조9000억원에 못 미치는 19조339억원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던 해외 프로젝트가 13조원가량 제거되면서 해외 수주잔액이 2017년 35조원에서 22조원으로 36.9% 줄어들었다.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라쿠르즈 정유공장 확장 및 시설개선, Santa Ines 정유공장, 러시아 Nakhodka 비료공장 등의 프로젝트들은 사업성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 주선 관련 불확실성으로 수주잔고에서 제외됐다.

    재정 이슈 완화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리비아 트리폴리, 알칼리즈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등은 지정학적 리스크 및 공사비 조달 이슈 등으로 사업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해외사업에서 계약금액과 공사원가 조정이 발생하고 있고, 발주처 우위의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해외수주를 확대할 계획인 점을 감안해 해외사업의 준공 완료 및 추가 손실 발생 여부, 신규수주 회복 및 신규수주 물량의 채산성 확보 여부가 중요한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