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지자체 합의 사실상 난망… 총리실 검증 불가피국토부 "가덕도 공항 사실상 어렵다… 기 결정대로 가야"
  • ▲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 입장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 부산 대개조 비전 선포식 입장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호한 언급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항공전문가는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한마디로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사업 지연을 경계한 만큼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김해신공항 사업을 계속 추진하되, '정치적 고향'인 부산시를 달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총리실 검증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지역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시민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게 뭔지 잘 안다"며 "부산·김해뿐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된 것이어서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신공항 검증 주체와 관련해 부산 편을 들어줬다. 부산은 그동안 신공항 문제에 관한 검증을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세운 국토부가 아닌 총리실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차원의 자체 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5개 광역단체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지자체 간) 의견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지자체 간 합의를 언급하고 부산이 주변 지자체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5개 지자체는 지난 2016년 정부의 신공항 입지 평가를 앞두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방선거 뒤에 이를 헌신짝 버리듯 뒤집은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또한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다시 논의하느라 사업이 표류하거나 더 늦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김해공항 계류장.ⓒ연합뉴스
    ▲ 김해공항 계류장.ⓒ연합뉴스
    항공전문가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전문가는 "부산시 요구를 들어줬으니 5개 지자체가 합의하면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건지, 검증을 다시 하겠다는 건지, 또한 검증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으면서 사업이 늦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하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는 "(대통령 발언은) 어쨌든 총리실을 통해 검증하겠다는 의견인 듯한데, 검증에 대한 의문이 많다"면서 "검토위원을 구성한다는 건지, 전문기관에 맡긴다는 건지 등 검증 방식과 범위 그리고 검증 시간에 대한 예측이 현재로선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리실 산하에서 검증한다면서 정작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교통전문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부의 기본계획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도 해석이 제각각이다. 24시간 운항할 수 있는 관문 공항은 가덕신공항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부산시는 "우리가 그동안 해온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아주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반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통령 발언이 정부의 기존 입장을 부드럽게 표현한 것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 김해공항 활주로 이륙하는 비행기.ⓒ연합뉴스
    ▲ 김해공항 활주로 이륙하는 비행기.ⓒ연합뉴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사업 지연을 경계한 부분에 주목한다. 국토부가 지난 2014년 내놓은 '영남지역 항공 수요조사 연구용역'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2023년 무렵부터 혼잡이 시작될 거로 예측됐다. 지난해 3월 현재 김해공항 활주로 활용률은 91.0%, 여객터미널 활용률은 55.1%로 시설용량은 포화상태다. 노선 신설이나 증편을 위한 슬롯(항공기 이착륙 가능 시각)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선 신공항 입지를 새로 결정할 경우 사업이 다시 표류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해신공항을 예정대로 추진하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달래는 차원에서 총리실을 통한 검증을 형식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총리실 검증과 관련해 "총리실의 관련 기구를 만들겠다는 말은 아니었다"면서 "부산시민이 제기하는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총리실 산하 기구 구성 요구 등 부산시민의 요구사항을 다 안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한 고위 관계자는 "(부산 정치권에서) 신공항에 정치적 승부를 거는 듯하지만, 가덕도가 되려면 섬 전체를 깎아내지 않는 한 공항 건설이 사실상 어렵다"며 "비용은 차치하고 환경부가 이를 용인할 리 없다"고 귀띔했다.

    항공전문가는 "그동안 부·울·경 실무검증단(TF)에서 의문을 제기하면 국토부가 해명하면서 TF에서도 기본계획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