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설비 전문가…현대제철 철강 경쟁력 제고 기대2~3년 내 성과 보여야… 포스코 출신 추가 영입·승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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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현대자동차그룹이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부사장을 현대제철 신임사장으로 영입했다. 파격적이다.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도 하에 벌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란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제철을 설립했다. 그 쇳물 생산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를 포스코에서 영입했단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사고가 유연해졌단 점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최고'란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를 인정하며 더 많은 인사를 들여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곧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대되는 대목이다.

    포스코 출신의 현대제철 직원 승진 가능성도 열렸다. 이제껏 적지않은 인원이 포스코에서 현대제철로 넘어갔지만, 아직 임원 문턱을 넘은 이는 없다.

    하지만 안 사장 영입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벌써부터 업계에선 이젠 포스코 출신도 현대제철에서 임원 타이틀을 달 수 있단 얘기가 나온다. 안동일 사장 선임에 따라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다.

    무엇보다 생산·설비 전문가인 그가 현대제철의 철강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 안동일 사장은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장을 모두 역임했다.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현대제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단 말이다.

    안동일 사장은 2015~2017년 3년간 포스코 양대 제철소를 이끌었다. 포스코가 스마트 고로를 도입하는 등 4차혁명 시대에 발맞추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시기다.

    현대제철은 안동일 사장 영입으로 이같은 시대 흐름에도 맞춰갈 수 있게 됐다. 포스코에겐 경쟁자인 현대제철의 발전이 배 아플지 몰라도, 국내 철강업 전체로 봤을 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물론 우려되는 일도 있다. 안동일 사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내부에서 적잖은 부담을 가지고 영입했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을 때 그의 자리 보전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국내 대표 기업인 포스코와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모든 제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일개 개인이 홀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가 포스코에서 이뤄낸 성과도 그 아래 직원들과 같이 일궈낸 것이다.

    따라서 안 사장이 직접 포스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아닐 수 있지만, 그가 현장에서 한계를 느끼면 이같은 일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포스코가 지켜만 보고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안 사장 영입까지는 암묵적으로 용인했지만, 추가적으로 인재를 빼간다면 양사간 갈등은 증폭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일 사장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가 2~3년 사장직을 수행하며, 포스코에서의 경험을 물려주고 떠난다면, 현대제철은 기술만 뽑아먹고 버렸단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성골 출신이 아닌 그가 부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현재로선 적어 보인다. 현대제철 내부에서도 부회장직까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다곤 하나, 본인과 같은 직급을 외부 인사에게 맡기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러 이슈를 만들어 낸 현대제철의 포스코 출신 인사 영입. 향후 현대차그룹이 밝힌대로 양사간 협력체계가 강화될 지, 신경전이 거세질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