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지분 23.3%, 배당 288억지배구조 개편안 답보
  • ▲ 현대글로비스가 남미 화주의 철광석 해상운송에 사용 중인 벌크선 ‘글로비스 어드밴스’호. ⓒ현대글로비스
    ▲ 현대글로비스가 남미 화주의 철광석 해상운송에 사용 중인 벌크선 ‘글로비스 어드밴스’호.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의 현대·기아차 해외운송 물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일감몰아주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논란 해소를 위해 비계열사 매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은 줄지 않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현대·기아차 해외운송 물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자동차 해운사업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8년 만에 현대·기아차의 해외운송 물량을 절반 이상 확보하게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해상운송은 현대글로비스와 유코카캐리어스가 분담하고 있다. 이들은 2년마다 화주와 계약을 갱신하는데, 2016년을 기점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담당 물량이 절반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18년 9월에는 60%를 찍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운송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계열사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왔다. 과거 2002년 현대상선의 자동차사업부를 인수해 출범한 유코카캐리어스가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운송 물량 100%를 담당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해운사업에 진출하며 이를 분담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물량 증가를 업계 일각에서는 정상화를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유코카캐리어스에 집중돼 있던 물량을 현대글로비스가 분담하게 되면서 현대·기아차가 계열사를 통한 효율적인 계약을 맺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강화하면서 적용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에서 20%로 낮춘다고 밝혔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18년 3분기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2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 시장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등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개편안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배당금을 확대하며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한 것도 이를 염두해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2018년 결산배당으로 1주당 3300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지난해보다 10% 상승한 288억17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해상운송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6조8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4년 전인 2015년(14조6712억원)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15%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올해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현대글로비스가 매출 17조4920억원, 영업이익 77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물류부문에서 현대·기아차의 신차 효과에 따른 물동량 회복세가 지속되고, 국내 물류부문에서도 개별소비세 인하기간이 연장되는 등 자동차산업 전망이 밝아서다.

    이같은 성장세는 내부거래 없이는 불가능했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65%를 넘어선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65%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해 왔다.

    현대글로비스도 이같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물류 부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비주력인 반조립제품(CKD) 사업의 매출 비중을 35% 이상으로 확대하고 비물류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올해부터는 온라인 중고차거래 관련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지난 3분기까지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한국재정법학회가 낸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실효성 제고 등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설립 이후 10년간 20조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여기서 80% 정도인 17조원이 현대차 계열사 거래를 통해 나왔다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 운반선(사선 34척, 용선 18척)은 총 52척, 벌크선(사선 13척, 용선 31척)은 총 44척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자동차 운반선과 벌크선의 사선 비중이 각각 2배, 4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차의 해외 운송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계열사로 내부거래로 꾸준히 성장해 주요 계열사가 됐다"며 "앞으로 비계열사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안정적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