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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뚜기 로고.
'착한기업', '갓뚜기', '미담제조기' 등 좋은 이미지를 가진 식품기업.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대통령 간담회에 초대받으며 숨겨져있던 미담이 쏟아져나온 기업. 비정규직 비율이 1% 수준이고 꾸준한 기부, 성실납세, 라면 가격 동결 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은 오뚜기 이야기다.
최근 이 오뚜기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식품업체에게 이물질 논란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오뚜기의 이물논란은 타 업체에 비해 조금 조용한 분위기다.
심지어 오뚜기 '진짜쫄면'에서 나왔다는 흰 면장갑은 초대형 사이즈의 이물질이다. 이물질 발견자 주장에 따르면 논란에 대한 오뚜기의 대응은 믿기 힘들 정도다. 집으로 찾아온 직원이 제품에서 나온 장갑을 주면 오뚜기 타 제품을 드리겠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을 덮기 급급했던 오뚜기의 대응은 아쉽다. 조사도 전에 장갑이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은 제보자 입장에서는 '블랙컨슈머'로 몰아붙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라면에 장갑이 그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제품 속에서 더러워진 장갑을 발견한 소비자의 충격을 생각했다면, 장갑이 들어갈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이든 오뚜기의 대응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이 외에도 '오뚜기밥'에서 곰팡이가 발견되고, '진라면' 매운맛 컵라면에서는 벌레가 나왔다. 곰팡이 발견 제보자에 대해서는 정식 항의를 하지 않았고 바로 언론에 제보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앞선 이물질 논란을 지켜본 소비자는 오뚜기를 신뢰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을 두고 소비자의 제보가 '잘못되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오뚜기의 입장은, 이물질 논란보다 더 믿기 어렵다.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이렇게 많이 이어진 것 치고, 오뚜기 이물질 논란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가는 중이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오뚜기의 좋은 이미지가 식품기업의 기본인 식품 안전 문제를 덮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뚜기는 물론, 착한 기업 중 한 곳이다. 선행을 꾸준히 해왔고, 국내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기업 문화가 건강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차례 블랙컨슈머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됐고, 악의를 가진 일부 소비자들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뚜기가 자사의 이물질 논란에 대해 '그럴리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식품기업은 자사에 제기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 옳다. 소비자의 신뢰와 착한 기업의 이미지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실 식품업계의 이물질 논란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이물 논란이 없었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물론, 이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업체들이 많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각대로만 될까. 이물 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식품 이물 논란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직접 먹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그 회사의 제품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물 논란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물 논란이 불거진 후 대부분의 조사 결과는 '이물 혼입 가능성이 낮다'로 끝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물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는 이미 실추됐고 소비자들은 이물이 나온 제품을 기억한다. 그게 이물질 논란의 진짜 결과다.
다만 소비자들을 이물 논란에 대응하는 기업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도 관심이 많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이물 논란만으로 한 회사에 대한 평가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물 논란만으로 그 기업을 싫어하게 되면, 사먹을 식품이 한 개도 없다. 기업의 이미지를 쌓아가는 것은 이물 논란 외에도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오뚜기의 좋은 이미지는 이물 논란을 조용하게 넘길 수 있는 '면죄부'가 아니다. 오뚜기가 정직하게 이물 논란과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좋은 이미지를 가진 오뚜기가 이물 논란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본다면, 소비자들은 오뚜기에게 오히려 등돌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오뚜기에게 실망한다면, 그것은 이물질 논란 때문이 아니라 오뚜기답지 않은 낯선 오뚜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변명이 아니라 오뚜기가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웠는가다. 오뚜기를 앞으로도 믿고 싶은 소비자들은 무슨 이물질이 나왔는지보다 오뚜기의 적극적인 논란 해결 의지와 재발방지 대책에 더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