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으로 '어선원 대체인력공급' 제안'더 강한 수협, 더 돈 되는 수산' 강조
  • 임준택 조합장.ⓒ대형선망수협
    ▲ 임준택 조합장.ⓒ대형선망수협
    "수산물 유통혁명을 통해 어업인은 제값 받고 소비자 부담은 덜어드리겠습니다."

    임준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은 극소수 중간유통업자만 배 불리는 구시대적 수산물 유통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조합장은 "풍어에도 어업인은 제값을 받지 못해 울상이고 소비자는 비싸다고 불만"이라며 "복잡하게 얽힌 중간유통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에 많이 잡아도 단숨에 분산되는 내수 유통망과 수산물 대량소비국인 중국, 동남아 등으로의 수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면 가능하다고 봤다.

    아울러 임 조합장은 "어업인이 수산물 제값을 받을 수 있게 수산물 가격안정기금을 통해 수산의 공익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해 위판장을 관광형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임 조합장은 어업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위해 1조300억원의 공적자금 조기 상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산업 전반에 위기의 파도가 거세지만, 수협은 공적자금에 손발이 묶여 어업인을 섬기지 못하는 비극이 2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며 "조기 상환을 위한 정책을 하루속히 끌어내야 하고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조합장은 "어업인 삶의 터전인 바다가 바닷모래 채취와 해상풍력발전소 등 해양환경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어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수산물 자급률 감소와 수입 증가 등으로 수산업은 성장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어민과 소비자 모두 울고 있는 현실이지만, 결국 수산업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어업인과 수협 조직뿐"이라고 했다.

    임 조합장은 정부의 수산업 관련 정책에 대해선 쓴소리를 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수산혁신 2030 계획'과 관련해선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금의 수산업법, 수산자원관리법 등에는 규제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많은 규제사항이 있다"면서 "어업인이 고령화하고 어촌을 등지는데, 자원 황폐화와 어촌의 낙후가 과연 어업인만 잘못해서 그런지 살펴봐야 한다.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 책임도 분명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자원관리 중심의 연근해어업 전환에 반대할 어업인은 없다"면서 "이행 과정에서 어업인의 수익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수산업은 더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최저어가보장 등의 정책에 대해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어업인이 이해할 수 있게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조합장은 '어촌뉴딜 300' 사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어촌뉴딜 300은 어촌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살리고 관광·인구 유입을 통해 낙후한 어촌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어촌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 등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지난 정부의 '다기능복합어항개발' 사업에서 이름만 바꾼 재탕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다기능복합개발사업은 어촌 어항 기능에 관광·레저 등을 접목해 어촌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임 조합장은 "단순히 관광객이 거쳐 가는 게 아니라 도시의 젊은 세대가 어촌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 중앙회장 연임 제한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임 조합장은 여러모로 현 김임권 회장과 닮은 꼴이다. 부산과 대형선망 조합장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자세도 비슷하다. 임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더(The) 강한 수협, 더(More) 돈 되는 수산'을 구호로 내걸었다. 이는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주장한 김 회장의 슬로건을 이어받은 셈이다. 임 조합장은 "(김 회장을 필두로) 수협은 사업구조개편에 성공했고 세전이익 연간 5000억원을 바라보게 됐다"며 "뒤를 이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수익창출 협동조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 조합장은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등을 지내며 국회와 정부 문턱을 수없이 오갔던 경험과 정관계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꼽았다.

    임 조합장은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선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냉정함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 우리 대형어선의 대체어장을 논하는 급진적인 방안보다 남북 어업인 간 공동사업 추진을 통해 서서히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면서 "어촌 고령화에 외국인 어선원이 급증하는 만큼 어선원 대체인력 공급사업에 대해 북측과 심도 있게 협의한다면 수산분야의 좋은 협력사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해외 진출 사업에 대해선 "북방경제 확대를 위해 러시아 수역 개척은 불가피하다"면서 "수협에서 추진하는 사할린 어분공장 건립의 경우 시설을 활용할 기반 마련을 위해 주변 해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입어쿼터 문제도 연계해 추진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조합장은 장기 답보상태인 한일 어업협상과 관련해선 "일본은 어획공제사업 등을 통해 협상이 결렬돼도 어업인 지원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대체어장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어장 여건에 비해 무분별하게 허가가 남발됐다.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어선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임 조합장은 이 밖에 △바닷모래 채취 등 바다 생태계 파괴 적극 대응 △창의적 인재가 모이는 새 조직문화 조성 △휴어제 확대 △정책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