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찾는 문의 많아지고 호가 1~2천만원 올라… "착공시 상승세 본격화" 학생 1000명 규모 2022년 개교 목표… 한전, 작년 적자 등 재원 조달 부담
  • ▲ 전남 나주혁신도시 소재 나주부영CC. ⓒ성재용 기자
    ▲ 전남 나주혁신도시 소재 나주부영CC. ⓒ성재용 기자
    "한전공대 유치가 확정되면서 매물 찾는 문의도 많아지고 호가도 1000만~2000만원가량 오르는 추세입니다. 착공이 되면 부동산 상승세가 본격화 될 것 같아요." (나주혁신도시 내 A공인 대표)

    한전공대 부지가 전남 나주시로 최종 확정되면서 인근 부동산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본사 이전에 이어 한전공대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도 대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나주의 정주여건이 더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공대 입지선정심사위원회는 최근 한전공대 설립 부지를 빛가람 혁신도시 내 부영CC 일대와 송림제 인근으로 최종 확정·발표했다.

    이 지역들은 혁신도시 내 한전 본사와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비롯해 부지조성 비용 및 경제성, 지자체 재정지원 항목, 자연환경 등에서 타 지자체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전은 미래 에너지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2022년 3월 부분 개교를 목표로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한전공대 설립 용역 중간보고'를 보면 한전공대는 최소 학생부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 100명 등으로 구성된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빛가람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에너지 분야에 내실이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과 미래 먹거리인 에너지밸리 성공을 뒷받침 할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이라며 "한전공대가 한 지역의 소유물이 아닌,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한 번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를 만들겠다"며 "에너지밸리 내 나주혁신산업단지와 광주 도시첨단산단의 기업들은 한전공대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똑같이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와 시, 한전이 공동으로 에너지밸리에 에너지 관련 대기업 등을 적극 유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은 그동안 연구중심 대학이 없었지만 한전공대가 설립되면 목포대, 순천대 등 전남권 대학뿐만 아니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남대 등 광주권 대학과의 공공연구 등 연계협력도 촉진될 전망이다.

    시가 한전공대 설립을 '혁신도시 시즌2'를 완성시킬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인근 부동산시장의 호재도 예상되고 있다. 나주는 앞서 한전 등 16개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혁신도시 시즌1'을 마무리하면서 인구 유입이 이뤄지는 등의 효과로 부동산시장도 탄력을 받던 상황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나주의 연간 총전출은 1만7235명인 반면 총전입은 2만981명이 이뤄지면서 3746명이 순유입 됐다. 2017년 말 102가구였던 미분양은 지난해 말 모두 해소됐다.

    나주혁신도시의 집값도 급등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 전용 116㎡(12층)의 매매가는 지난해 7월 4억1920만원에서 12월 4억5000만원으로 3080만원 뛰었다. '나주 대광로제비앙' 전용 84㎡(10층)도 지난해 1월 3억원에서 12월 3억2400만원으로 2400만원 올랐다.

    나주혁신도시 내 B공인 대표는 "한전 등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근 집값이 분양 당시보다 대폭 상승했다"며 "한전공대 유치 등으로 정주여건이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공급은 한정적이고 매물로 나온 토지와 주택도 최근 회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도 한전공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혁신도시 특성상 정주인구가 적은 데다 물량도 많아 상권 활성화까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전남 나주혁신도시 소재 나주부영CC. ⓒ이성진 기자
    ▲ 전남 나주혁신도시 소재 나주부영CC. ⓒ이성진 기자
    다만 2022년 부분 개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 당장 설립 비용만 5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총장 연봉 10억원 이상, 학생 1000여명의 학비·기숙사비를 무료로 제공해 연간 운영비가 600억~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전이 주축으로 설립하는 대학이고, 에너지 산업 관련 인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관련 예산을 한전이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까지 431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한전이 작성한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 2조4000억원, 순손실 1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영업이익이 11조원대였던 한전이 원전 이용률 하락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증가 등으로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적자(940억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한전의 누적 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14조원을 넘어섰다.

    야당에서는 적자 기업인 한전이 무슨 돈으로 5000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질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 소속 의원 일동은 지난달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최종용역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부지부터 선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급히 먹는 떡은 체하기 마련인데, 누적 부채만 114조원인 한전의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용 전액을 자체 부담하기 쉽지 않은 한전은 한전공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 ▲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걸린 현수막. ⓒ이성진 기자
    ▲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걸린 현수막. ⓒ이성진 기자
    하지만 정부, 지자체 예산을 끌어오기 위한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일단 부담을 함께 짊어질 지자체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2%, 나주는 29%로, 전국 평균 55%에 못 미치는 등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한전 측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 차원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나랏돈을 지원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기획재정부가 자본금 출연을 지원할 수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한전공대의 지원금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세워지는 학교라는 비판이 많은 만큼 정부도 부담이다. 한전공대는 2017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문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으로 건의해 채택됐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경영이 악화일로인데, 정부가 또 다시 한전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세우게 하는 식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은 의제일 뿐 상황에 맞지 않는 한전공대 설립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일부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져 재정 문제, 예타 심의나 대학 법인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촉박한 일정상 2022년 부분 개교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부영의 골프장 부지 제공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경영진의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는 후문이다. 부영은 나주혁신도시 내에 가장 많은 공동주택을 신축 공급 중인 가운데 지역사회공헌사업을 구상 중이었다.

    2016년 12월 정식 개정한 나주부영CC는 대중제 18홀 코스로 골프텔 58실, 골프연습장 78타석을 갖추고 있다.

    전체 면적 72만㎡ 중 절반이 넘는 40만㎡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제공하고, 남은 부지는 전남도가 부영 측과 협의를 통해 재개발될 예정이다.

    한전공대 설립단은 "2020년 2월까지 부지 관련 인·허가를 모두 마칠 계획"이라며 "인허가가 마무리된 후 건축 관련 심의기간을 고려하면 2020년 하반기 중 착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