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는 2021년 상용화는 2023년 '엇박자'뇌 공학자가 도시계획 설계… 4차 산업혁명기술 짜깁기 지적
  • ▲ 세종 스마트시티 시행계획 발표.ⓒ연합뉴스
    ▲ 세종 스마트시티 시행계획 발표.ⓒ연합뉴스
    국가 시범도시로 추진하는 세종 스마트시티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모빌리티(이동성)가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 마스터플래너(MP)인 뇌 공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세종시의 핵심 대중교통 인프라인 BRT(간선급행버스체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시·교통 전문가들은 1년여 만에 내놓은 시행계획이 아직도 기본계획 수준에 머물고, 실행력을 담보하기도 어려워 자칫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세종과 부산에 만드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세종 스마트시티(세종시 5-1생활권)는 합강리 일대 274만㎡ 규모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등이 접목된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연내 실시설계를 마치고 2021년 말부터 주민입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행계획이 엉성해 제대로 된 스마트시티가 조성될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도시·교통 전문가는 시행계획에서 밝힌 헬스케어·교육 등 7대 혁신요소 중 핵심이랄 수 있는 모빌리티의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견해다. 세종시 대중교통수단의 근간인 BRT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BRT 전문가는 "2021년 말 BRT 구간에 무인 자율주행버스를 도입한다는 데 기본계획 단계도 아니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시행계획에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버스를 무인 자율주행버스로 교체한다는 얘기는 아닐 텐데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존 일반 운행 버스와는 어떻게 연동할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2개 시스템의 충돌이 예상된다"면서 "기존 버스운행 주체와의 공감대 형성 없이 사업을 밀어붙이면 나중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업이 말로만 끝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또한 "세종 BRT는 백지상태에서 시스템이 도입됐음에도 정류장에 기본적인 요금 선지급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효율성이 낮다"면서 "현 BRT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개인 이동성을 강화해야지 무턱대고 자율주행기술부터 접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 목표대로 후년 말까지 자율주행버스가 상용화될지도 의문이다. 완성차업계는 레벨3(운전자가 돌발상황에만 개입하는 부분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2023년 이후에나 상용화할 수 있다는 견해다. 정부가 스마트시티 입주 시기로 잡은 2021년에는 시범 운행 정도만 가능하다. 주민은 이미 입주를 시작했는데 그제야 시범 운행에 나서는 상황으로, 입주민을 기니피그(실험용 동물) 삼아 실험에 나서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교통 전문가는 일반 개인차량의 통행·주차가 금지되는 자율주행 전용도로 도입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전문가는 "사람들이 워낙 자가용 승용차에 익숙해 있어 사전 입주자 동의나 세세한 검토 없이는 차 없는 구역을 설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지금쯤이면 시행계획에 이런 내용이 검토돼 반영됐어야 하는데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단순히 차 없는 거리를 구현하거나 설익은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이려고 일반 자가용 운행과 주차를 제한하는 게 스마트시티의 모빌리티인 것인지 모르겠다"며 "차는 차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스마트한 이동이 아니냐"고 했다.
  • ▲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된 '세종 5-1 생활권' 공간구상.ⓒ국토교통부
    ▲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된 '세종 5-1 생활권' 공간구상.ⓒ국토교통부
    일각에선 이번 시행계획에 담긴 모빌리티가 자율주행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교통 전문가는 "MP가 세종지역을 잘 모르고 계획을 짠 것 같다"면서 "BRT와 연계하는 개별 이동수단 중 공공자전거를 예로 들면 요즘은 세종시도 IoT를 기반으로 자전거 거치대가 필요치 않은 무인대여시스템이 도입됐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변 자전거를 쉽게 검색하고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로 잠금을 풀어 이용하는 등 이미 첨단 핵심기술이 상용화돼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실한 시행계획을 서둘러 추진하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엉성한 시행계획을 가지고 1조4876억원이나 투자되는 국책사업이 진행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며 "올해 실시설계와 조성공사에 착수해 2021년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다는데 왜 무모하게 속도전을 해가며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지 정책결정자들 속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도시·교통 전문가는 "현 시행계획은 1년 전 내놓은 기본계획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토부는) 연내 실시설계 수준의 상세한 내용을 마련한다지만, 솔직히 믿음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