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기술 취득 후 국내 역진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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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선업계 2위 대한전선의 중국 자본 인수설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전선이 보유 중인 초고압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전선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대한전선 지분 67.1%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매각 초반부터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입찰을 높게 점쳤으며, 특히 전선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인 중국 내 관심을 주시해왔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시장은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로 초고압 케이블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면서 “최근 중국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현지 기업의 입찰 참여 가능성을 높이 점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500kV급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굵직한 사업을 따내고 있다. 500kV급 전선은 상용화 케이블 중 최고 전압으로, 세계 상위권 소수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업계는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이로 인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심 기술유출은 물론, 수년 후엔 중국산 저가 케이블 공세로 국내 업체의 시장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핵심 기술을 빼낸 뒤 제3자에 재매각 하는 쌍용차 사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투자를 바탕으로 초고압 전선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도시·산업화 바람에 따라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약 47조원의 예산을 초고압 전력망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초고압 기술은 현재 300kV에 머물러 있으며, 해저·초전도 케이블 등 전선 관련 첨단 기술에서도 국내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다”면서 “기술력 부족으로 중국전선 업계 매출 대부분이 내수에 치중돼 있어,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업체가 매물로 나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전선의) 중국 매각이 현실화 된다면 기술 유용 후 제3국에 재매각하는 등 앞선 쌍용차 사례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면서 “이 같은 우려는 대형 업체부터 중소 전선업계 전반에 걸친 것이며, 국내 전선 산업의 경쟁력 상실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매각을 추진 중인 IMM은 지난 2015년 9월 대한전선 지분 70%를 인수했다. 지난해 5월에는 보유 지분 2.9%를 장외매매하며 엑시트(자금회수)를 준비해왔다.

    대한전선은 IMM에 인수된 지난 3년간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왔다. 인수 직전 2014년 1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9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업계는 실적개선과 최근 해외 수주 실적으로 대한전선의 매각가를 1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