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7조 영업익 날려… 주가 반토막, 시총 5조 허공으로'대선공약'에 주눅… '입'이 없다요금 현실화-원전 수출 주장하던 김종갑 사장 안보여
  • ▲ 올해 1분기 6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전력판매 수입이 최대 3천억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해 9월 10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올해 1분기 6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전력판매 수입이 최대 3천억원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해 9월 10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우리나라 제1의 공기업 한국전력의 신세가 딱하다.

    꾸준히 20조를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1년새 16조로 곤두박질 쳤다. 한때 6만원을 넘던 주가는 3만원 대로 반토막이 났다. 

    탈원전이 시작된 2017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조 감소했다. 이듬해인 2018년 상반기에는 직전년 하반기 대비 3조5천억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나마 유가변동으로 연간 영업익이 -2080억에 그친게 다행이다. 2년새 7.2조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올들어 1분기에도 6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강변을 감내하더라도 처참하다. 도입 원가 상승이 전부일까. 그렇다면 현 경영진의 무능 외 달리 설명할 얘기가 없다.

    우울한 건 앞으로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탈원전과 한전공대, 누진제에 강원 산불까지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여름철 냉방비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진제를 손댈 방침이다. 3가지 대안을 제시한 상태로 이달 중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여전히 생색은 정부가, 덤터기는 한전이 진다는데 있다.

    전년과 같은 한시 할인을 적용할 경우 한전은 고스란히 3000억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지난해에도 누진제 완화로 3600억 가량 손실을 봤다. 당시 정부는 보전을 약속했지만 예비비로 357억만 충당해 주는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한전의 2분기 영업적자가 5000억에서 최대 7900억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 ▲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갖고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등 3개 방안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갖고 누진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등 3개 방안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이들 3가지안 중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한전 적자 보전방안도 추후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발전자회사들도 고난의 행군이다.

    아우성 속에 원전이용률이 약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수기, 석탄발전 정비 증가에 따른 이용률 하락, 연료가격 상승 등으로 적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 발표 에너지 대계는 한전의 시름을 더 깊게 한다.

    4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확대하고 석탄·원전 비중은 크게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사실상 공식 문서로 '탈(脫)'원전을 공식화했다. 원전은 빠진 채 재생에너지 비중을 마냥 늘린다는게 골자다. 절로 헛웃음이 난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건 그나마 시늉이나 한 셈이다.

    대선공약 '한전공대'도 부담 백배다. 설립에만 6천억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해마다 발생하는 수백억의 운영비는 한전 몫이다.

    등록금과 기숙사비도 안받고 교수들은 국내 최고 대우를 한다니 츤데렐라가 따로 없다.

    강원 동해안 산불도 한전을 옥죄고 있다. 원인제공으로 추정되는 한전 측의 배상이 째깍째깍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피해액만 1360억에 달한다. 100억 이상 피해를 봤다는 곳도 있지만 현재로선 융자 외에 방법이 없다.

    평창올림픽에 인원과 장비도 모자라 수십억을 쏟아부은 건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 ▲ 사진은 이달 3일 오후 한전 속초지사 앞에서 열린 산불피해 보상을 촉구 집회에서 소방대원이 차량의 불을 끌고 있다. 이 차량은 주최측이 집회장에다가 끌어다 놓은 폐차량이어서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
    ▲ 사진은 이달 3일 오후 한전 속초지사 앞에서 열린 산불피해 보상을 촉구 집회에서 소방대원이 차량의 불을 끌고 있다. 이 차량은 주최측이 집회장에다가 끌어다 놓은 폐차량이어서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 공기업 한전 등 발전사의 부실,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가 탈원전을 고수하지 않고 예년 수준의 원전이용률(85%)만 보였어도 지난해 한전은 2080억원 적자가 아니라 오히려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한전은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한전공대까지 세우면 아예 '고정적자'가 발생할 것" 이라며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수천억을 투입한다는 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한전 주가는 개장 직후 2만 5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만6050원으로 마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4일 보고서에서 "정부의 전기료 누진제 개편이 한국전력 실적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실적 기저효과가 기대됐으나,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해당 효과가 사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3개 개편안에 대해 4일부터 한전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11일 공청회를 거쳐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 두부 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두부 값이 콩값 보다 싸졌다"라며 요금 현실화를 주장했던 한전은 어디로 갔는가.

    '입'은 닫은 채 고난의 행군에 나서야 하는 한전이 참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