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상반기 현대상선 재무구조 살펴볼 예정지난해 10월 말 자본잠식 위해 1조원 자금 지원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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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이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를 평가받아야 하는 기업으로 편입되면서 부담이 늘어났다. 해운업 특성상 부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최근 발행한 영구채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5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국적 해운사인 현대상선이 2019년 주채무계열로 신규 편입됐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현대상선 재무구조 현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해운업은 보통 선박건조비의 90%를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자기부담 비율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머지는 금융으로 조달해 큰 위기가 아니더라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업황도 좋지 않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벙커C유 가격이 연초 대비 25% 이상 오른 반면,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많아 주채권은행 관리를 받아야 하는 기업집단을 말한다. 선정 기준은 현재 전년말 금융회사 신용공여액이 전전년말 금융회사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인 경우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발행한 영구채가 빚을 늘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0월 말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1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부분이 부채로 잡힌 것이다.

    이후에도 추가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10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했다. 30년 만기 영구채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13.05%)과 2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4.42%)가 각각 500억원씩 인수해가는 구조다.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세번째다. 당시 채권단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하나 남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면서 선박금융을 이용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부채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6) 도입도 현대상선에겐 부담이다. 올해부터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운용리스 비중이 큰 항공사나 해운사 위주로 부채비율이 대거 상승했다.

    주로 용선이 많은 현대상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올 1분기에만 1조5000억원 규모의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추후 자금조달시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재무적 측면에서 우려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이번에 새로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데에는 지난해 영구채를 발행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면서 "기존에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편입 영향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친환경 초대형 선박 20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등 글로벌 톱 해운사로 거듭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스크러버 설치 등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내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