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S 中' 무역전쟁 확전 국면ICT 수출 6개월 뚝… 對中 수출 38.7% 감소LG유플러스 화웨이 장비 조달 비상네이버, 다음 포털 中 접속 차단韓 게임 제2 사드보복 사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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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펼치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에 질새라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맞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양국의 갈등이 보복 관세에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전쟁으로 번지면서 한국 기업들에게도 불똥이 튄 상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주요 ICT 기술 수출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신, 포털, 게임 등 국내 주요 ICT 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ICT 수출 6개월 연속 추락...네이버, 다음 포털 中 시장 막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전년대비 9.4% 감소한 459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ICT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경우 30.5% 줄어들었으며 중국으로의 수출은 38.7%나 급감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대상국에 속한다. 대중 수출의 효자 품목으로 꼽히던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 접속이 막힌 '네이버'와 '다음'만 놓고봐도 우리나라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서 네이버 서비스 중 카페와 블로그 접속이 차단됐으며 지난 1월부터는 다음 접속이 전면 차단됐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6월 들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주요 도시인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해당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메일 서비스 접속은 물론 네이버의 경우 쇼핑, 부동산, 지식백과, 학술정보 등 포털사이트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 진 것.

    기존에는 암호화한 'https' 페이지로만 접속할 수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를 통해 전면 차단하면서 네이버를 완전히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뉴스 검색도 가로막혀 해당 뉴스 웹페이지를 누르면 연결 불가 문구가 뜨는 등 접속이 원할하지 않았다.

    웹툰을 비롯해 라인프렌즈 자체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중국 사업을 늘려가는 네이버로서는 제동에 걸린 셈이다. 다음 카카오 역시 중국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카카오페이 시장 장악에 나섰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웨이 거래 금지명령'에 직격탄 맞은 통신업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통신 업계도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직간접적으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들로서는 '화웨이 거래 금지명령'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표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중 화웨이 비중이 30% 가량을 차지하는 LG유플러스는 화웨이발 후폭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 지역에 5G망 구축이 거의 완료되는 내년까지 장비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존 LTE망을 화웨이로 구축한 LG유플러스는 5G망은 화웨이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LG유플러스가 5G '단독 모드(SA, Stand-Alone)'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고육지책을 감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SA 방식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장비 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 구축 비용에 투입한 비용은 대략 3000억원으로 한 분기 영업이익(1946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SK텔레콤과 KT도 마냥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기간망 광전송네트워크(ONT) 등 유선 분야에서 관련 장비를 사용 중이다. 광전송 네트워크 장비는 광케이블 양 끝단에 설치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장치다. 양사는 추가적인 유선 수요가 아직 존재한다는 점에서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웨이 단말기 물량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화웨이의 '비와이 1~3' 단말기, 'H폰'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성비를 중시 여기는 소비자들이 화웨이 단말기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 제재가 판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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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여파 끝나지도 않았는데"...게임업계, 침체 장기화 우려

    게임업계 역시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굳게 닫힌 게임 빗장이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로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가 38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 세계 게임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2016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액은 1조 2950억원대로 전체 중화권 수출(3조 5000억원)의 37%를 차지한 바 있다. 이처럼 잠재수요가 높은 중국 시장에 한국 게임은 2년 넘게 진출을 못하고 있다. 

    올 초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완화 등으로 수십여 종의 외산 게임이 외자 판호(서비스 허가권)승인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여전히 한국산 게임에 대한 빗장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사드 사태가 발발한 2017년 3월 이후 한국산 게임에 발급된 판호(서비스 허가권)는 0건이다.

    일부 증권가를 중심으로 현지 수출길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장및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없어 업계의 회의적 심리만 자극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상용비자 발급 및 심사 요건을 강화하면서 업계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도 전세계 최대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판로 확대 및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 수출(6조 6980억원)의 60% 가량을 중화권이 차지했을 정도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 기대고 있다.

    ◆전문가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조짐...ICT 글로벌 사업 제동"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더라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ICT 기업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병기 무역협회 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나라의 미·중 수출이 명암을 달리하고 있다"면서도 "이 싸움이 장기화되면 투자 및 소비 둔화, 금융 불안, 중국의 아세안 수출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의 수출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화웨이발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통신사들은 중국 제품 사용량을 낮춰 '중국발 리스크'를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 맞다"며 "통신 기업들의 명확한 입장정리로 국내 5G 개발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 게임에 대한 중국의 판호 발급 문제는 철저하게 외교적인 이슈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외교적 성과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외자판호 발급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