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림-대우-GS 등 재건축 '선수' 총 출동'뉴타운' 지정 16년만에 시공사 선정 과열 조짐39만㎡,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5816가구' 예정
  •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구 지정 이후 16년 만에 시행인가를 받은 데다 시공사 선정 기간이 다가오면서다. 대형건설사들 역시 또 다른 랜드마크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한층 과열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5위에 랭크된 대형사 네 곳 모두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출사표를 던질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향후 재건축시장 최대어가 될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3구역을 수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압구정 현대는 일부 단지가 과거 현대그룹의 사원아파트로 쓰이는 등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현대건설의 수주가 당연시 되는 곳인 만큼 놓칠 경우 그 여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앞서 현대건설이 뒤늦게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 뛰어들어 과감한 베팅으로 시공권을 따낸 것도 압구정 현대 수주를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한남동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에 이어 한남3구역에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올리면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사이에 현대건설 벨트를 만들면서 압구정 사업의 기선을 잡을 수 있다는 평이다.

    대림산업 입장에서도 한강변 랜드마크 아파트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아크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3구역이 중요하다.

    대림산업은 2013년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를 시작으로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 흑석동 '아르코 리버하임',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한강변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단지를 '아크로' 브랜드로 잇달아 짓고 있다.

    지난해 2조2000억원을 수주하면서 도시정비시장 '수주 킹'에 오른 대림산업은 이번 사업 시공권을 따낸다면 2년 연속 '왕좌'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대우건설에게 한남3구역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사업장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연내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기업가치 극대화가 당면과제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를 리뉴얼한 뒤 도시정비 수주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한남3구역에서 막강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업을 따낸다면 시장도 대우건설의 경쟁력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GS건설이 한남3구역을 따낸다면 '자이'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질 전망이다.

    GS건설은 경쟁사들이 '디에이치', '아크로', '푸르지오 써밋'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일 때도 '자이' 브랜드로 서울 강남권 대형 수주전에서 낭보를 전했다.

    GS건설은 2015년 도시정비사업에서 전무후무한 8조원대 수주실적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년간 도시정비 수주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건설사로 평가된다. GS건설이 한남3구역마저 '자이'로 탈바꿈시킨다면 자이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강북 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에, 그것도 한강변에 브랜드를 내걸고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라며 "서울의 정비사업 규제로 당분간 재개발 수주가 어려울 것 같아 한남동 일대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에서도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이곳은 지난 3월 용산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조합 측은 10월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관리처분인가 절차와 이주 및 철거 절차에 들어가 2024년 입주할 계획이다.

    연내 도시정비 수주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상징성과 사업 확장성 등에서도 올해 최고의 사업장으로 꼽힌다.

    한남동 686번지 일원 약 39만㎡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총 5816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비만 최소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남동은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남산을 등지는 배산임수 지형을 갖추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더군다나 한남3구역의 경우 한강을 바라보는 산비탈을 따라 주택가가 형성돼 있어 이곳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는 상징성과 함께 홍보효과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이 구역은 우선 여의도·강남·종로 일대 업무지구로의 우수한 접근성을 자랑한다. 북측으로는 이태원로와 연결되고 수도권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깝다. 서측 보광로, 동측 독서당로, 남측으로는 서빙고로 및 강변북로, 경의중앙선 한남역과 이어진다.

    인근에 보광초, 한남초, 오산중, 한강중, 오산고, 서울용산국제학교로 명품 학군이 이뤄져 있어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또 용산민족공원 조성, 효창공원 재정비 및 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많은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특히나 한남뉴타운 사업은 3구역을 시작으로 2·4·5구역으로 이어지는 만큼 3구역을 잡으면 남은 구역에서 펼쳐질 수주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1구역은 구역 지정이 취소됐다. 나아가 압구정 재건축 등 향후 강남권 정비사업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설사들의 'OS(아웃소싱) 요원' 등이 조합원들을 찾아가 개별 접촉을 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은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을 대상으로 대치동에 마련된 주택전시관 '써밋 갤러리' 투어를 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홍보영상을 제작해 자사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구역 내 B공인 대표는 "대형사 직원들이 조합원들 직접 만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중개소로 거의 매일 찾아오다시피 한다"며 "홍보비만 수십억원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합 측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늦어진 사업 진행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건설사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경우 언덕에 위치해 있어 사업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향후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가장 중요한 정비사업지 중 한 곳"이라며 "수주 과정에서 불법이나 문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언덕 지형과 빽빽한 건폐율(42.0%)을 극복하기 위한 특화설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폐율이란 건축물 바닥면적을 전체 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건폐율이 높다는 것은 건축물이 동간 거리가 좁아진다는 의미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가 2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인 셈이다.

    앞서 승인 당시 서울시는 △구릉지 지형을 살린 설계(테라스형 설계) △남산 경관 훼손 최소화를 위한 조망 확보(고도제한 90m, 최고 층수 22층) △소형 평형 위주 설계(52%가 59㎡ 이하 소형) 등을 강조한 바 있다.

    대형건설 D사 관계자는 "수주시 얻게 될 이익을 차지하더라도 한강변에 자사 브랜드를 내걸었을 때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사업비나 규모면에서 이만한 사업지가 없기 때문에 건설사별로 프리미엄 브랜드와 고급 마감재, 각종 특화설계를 제시하면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본입찰이 시작되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도한 지분 쪼개기로 조합원이 3900여가구나 되고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건설 E사 관계자는 "과도한 지분 쪼개기로 일반분양 가구 수가 조합원 수보다 현저히 적다"며 "본인의 자금조달 계획에 맞게 추가분담금 등을 꼼꼼히 따져 시세가 적정한 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