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까지 코리아빌드서 제품 전시칠예가 전용복 장인과 협업고급 호텔·리조트, 프리미엄 아파트서 인기
  • ▲ 코리아빌드 내 티센크루프 부스 전경 ⓒ 정상윤 기자
    ▲ 코리아빌드 내 티센크루프 부스 전경 ⓒ 정상윤 기자

    유년시절 '자개'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재였다. 으레 시골집 안방에는 커다란 자개장이 놓여 있었고 어머니들의 제1의 손길도 늘 거기에 있었다. 추억 한 움큼 만큼 자개에 대한 기억도 아련하다.

    찾아보기 힘들던 자개를 뜻밖의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그래서 더욱 반갑다.

    티센크루프는 지난 4월 칠예가 전용복 장인과 함께 ‘나전칠 엘리베이터’를 선보였다. 나전칠은 자개 장식과 옻칠을 통칭하는 기법을 뜻한다. 오는 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건축전시회 코리아빌드를 찾으면 해당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함에 압도되는 듯했다. 조명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자개 장식이 아름다웠다. 부스에선 나전칠로 장식된 엘리베이터 두 대와 도어 디자인 6종을 만나볼 수 있었다. 현재 티센크루프는 나전칠 라인업으로 엘리베이터 도어 8종, 내부 디자인 2종을 갖추고 있다.

  • ▲ 나전칠 시리즈 중 '축제' 엘리베이터 내부 ⓒ 정상윤 기자
    ▲ 나전칠 시리즈 중 '축제' 엘리베이터 내부 ⓒ 정상윤 기자

    제품 디자인은 사내 나전칠예 연구소에서 기획했다. 연구소엔 전용복 장인을 포함 총 7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천안 공장과 10분 거리에 있어, 본사 디자인팀과의 소통도 원활하다.

    현장에선 나전칠 시연도 관람할 수 있었다. 전용복 장인은 부스 방문객에게 ‘타찰법’을 소개했다. 얇게 깎은 자개 뒤에 옻을 발라 판에 붙이고, 막대로 자개를 톡톡 쳐내는 기법이다. 넓은 판에 붙인 자개를 조금씩 깨트리면 모자이크·그라데이션 효과가 난다. 이 기법은 엘리베이터 디자인에도 적용됐다.

    전용복 장인은 “엘리베이터에 디자인에 적용된 기법은 오래전 선조들이 사용한 방법과 동일한 것”이라며 “각 디자인엔 ‘나전칠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엘리베이터 도어를 하나 제작하는 데만 연구소 전원이 한 달을 꼬박 매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 전용복 장인 시연 모습 ⓒ 정상윤 기자
    ▲ 전용복 장인 시연 모습 ⓒ 정상윤 기자

    나전칠 원료는 옻나무에서 나오는 ‘생칠’이다. 나무에 상처를 입히면 까맣고 끈적이는 수액이 나오는데, 이를 추출해 사용한다. 보통 20년생 옻나무에서 추출하며, 나무 한 그루 당 소주잔 세잔 분량인 150g 정도가 추출된다. 엘리베이터 도어를 제작하는 데만 1kg의 옻이 들어가는데, 이는 나무 6그루 분량에 해당한다.

    추출한 옻은 자개, 황토와 섞어 쓴다. 빨강, 노랑 등 화려한 색은 정제 과정을 거친 투명한 옻에 파우더를 섞어 만든다. 디자인이 끝나면 별도의 마감처리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옻 자체가 마감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제품은 수십 년이 지나도 끄떡없다. 1920년대에 지어진 일본 메구로가조엔(目黑雅敍園)이 대표적 예다.

  • ▲ 과천 푸르지오 서밋에 납품한 자개장식 엘리베이터 ⓒ 정상윤 기자
    ▲ 과천 푸르지오 서밋에 납품한 자개장식 엘리베이터 ⓒ 정상윤 기자

    현재 티센크루프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을 포함 호텔·리조트 등 고급 시설에 나전칠 제품을 납품했다. 회사 측은 나전칠 전용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시판중인 일반 제품에 자개 디자인 옵션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고급 호텔·리조트는 물론, 개인 건물주에게도 제품 관련 문의가 꾸준한 편”이라며 “최근엔 기존 제품에 자개 포인트 디자인을 적용하는 옵션으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으며, 새 옵션에 대한 현장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