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비방전 넘어 간담회 등 경쟁적 행사 개최 눈살출혈 마케팅, 불법 보조금 등 경쟁, 관행처럼 자리잡아'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반복되는 진흙탕 싸움 아쉬워
  • 독일의 과학저널리스트 롤프 데겐의 저서 '악의 종말'에서는 과학이 발견한 인간의 선(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 9장에서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 대한 심리학적 행동을 고찰한다.

    독일어인 샤덴프로이데는 우리나라 말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뜻으로 통한다. 미국 속담으로는 "Turning green with envy"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옆집 잔디는 파랗게 보인다"고 표현한다. 이들 모두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이거나 인용된다.

    IT 업계의 예를 들자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진흙탕 싸움'에 얼룩진 이들은 언제나 배가 아픈 모양새다. 타사 비방전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보도자료·간담회 등 관련 행사도 경쟁적으로 개최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가입자 확보를 위한 출혈 마케팅, 불법 보조금(리베이트) 경쟁은 관행처럼 자리잡은지 오래다. 

    케이블 인수전에서도 이통3사의 배아픈 경쟁은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SK텔레콤과 KT는 손을 잡고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사업 부문 인수가 적절치 않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체만 다를 뿐 3년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할 당시 KT와 LG유플러스가 한 목소리로 '시장지배력 독점'을 근거로 비판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5세대 이동통신(5G) 평균 속도값 비교에서도 이통3사의 비방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LG유플러스가 자사가 가장 빠르다는 광고를 내자 SK텔레콤과 KT가 이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자사의 품질 서비스를 홍보했다. 5G가 안터져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100만 가입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킨 채 본인들의 배만 불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롤프 데겐은 실험을 통해 타인의 불행이 언제나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저술하며 샤덴프로이데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규명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은 지금과 180도 다르게 쓰였다. 사촌에게 축하는 해주고 싶은 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그 땅에 거름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농업 위주의 경제공동체 생활을 하는 민족성이 반영된 긍정적인 의미다.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통사간 경쟁적 인수합병(M&A)과 투자는 필수적이다. 다만 시샘과 비방이 아닌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도 기뻐한다)' 정신이 선행되야 할 것이다. 협동과 존중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이통3사의 글로벌 저력임을 명심해야 한다.